충북지역 대학 비대면 수업 장기화, 북적거리던 개강 풍경 실종
영업제한 풀렸어도 불황 여전, 원룸주인도 세입자 찾아 거리로
신학기 코앞인데, 식당도 원룸도 텅텅…찬바람 쌩쌩부는 대학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로 한창 북적일 때인데, 길거리가 쥐 죽은 듯 고요합니다.

신학기 온기가 전혀 돌지 않아요.

"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학교 인근서 20년째 찌갯집을 운영한 이모(50)씨는 텅 빈 가게를 덩그러니 지키고 앉아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신학기가 2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활기 넘쳐야 할 학사촌이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을씨년스러워서다.

그는 "코로나가 꺾이지 않는 상황인데, 정상적인 대학 운영이 가능하겠느냐. 사실상 올해 하반기까지 장사를 포기한 상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 발길이 뚝 끊긴 상태에서 계란 등 농축산물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것도 고민이다.

그는 "이런 판국에 인상된 재룟값을 음식 가격에 반영할 수 있겠느냐"며 "이래저래 힘든 신학기를 맞게 됐다"고 푸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의 비대면 학사 운영이 장기화하면서 주변 상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신학기 코앞인데, 식당도 원룸도 텅텅…찬바람 쌩쌩부는 대학촌
19일 충북지역 주요 대학들은 지난해에 이어 비대면과 대면 수업을 혼용하는 1학기 학사 운영 계획을 마련했다.

충북대는 비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하면서 거리두기가 완화되거나 교수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제한적으로 대면 수업하기로 했다.

청주대는 3월 한 달은 모든 학과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

이후는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에 맞춰 대면 수업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서원대도 개강 후 2주간은 비대면 수업을 한 뒤 3주차부터 거리두기 단계에 맞춰 수업방식을 정하기로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대학가 먹자골목에서 불황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충북대 주변서 맥줏집과 소줏집을 운영하는 이모(33)씨는 "매출이 70% 이상 감소해 배달을 시작했지만, 안주와 술을 파는 주점이라 일반 식당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거리두기 완화로 영업 제한이 풀렸지만, 지나다니는 학생이 없다 보니 변화를 전혀 실감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신학기 코앞인데, 식당도 원룸도 텅텅…찬바람 쌩쌩부는 대학촌
대학가 원룸촌도 꽁꽁 얼어붙었다.

충북대 학사촌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맘때면 방을 구하려는 전화가 빗발치는데, 올해는 빈방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며 "작년은 개강 이후 코로나가 확산해 타격이 덜했는데, 올해는 모든 게 올스톱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원대 인근 원룸 밀집 지역에서는 집주인들이 거리에 나와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매년 보는 풍경이지만, 월세를 10% 이상 낮춰도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주인들의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아침부터 7시간 넘게 길거리 영업을 하고 있다는 박모(59)씨는 "이맘때면 방 한두 개 빼고는 다 찼을 시기인데, 지금은 12개 중 3개만 나갔다"며 "방 구하러 다니는 학생이 없는 걸 알지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나왔다"고 울상 지었다.

신학기 코앞인데, 식당도 원룸도 텅텅…찬바람 쌩쌩부는 대학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