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공간 있어야"…일부 표현에만 배상 책임 인정
법원, 임종석-지만원 소송서 '표현의 자유' 강조 눈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신을 '주사파'·'빨갱이' 등으로 지칭한 지만원씨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대부분의 청구를 기각해 주목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김병철 부장판사)는 전날 임 전 실장이 지씨와 뉴스타운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표현의 자유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숨 쉴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모욕적이고 무절제한 표현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어 200만원 배상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과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8년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부부가 변희재씨를 상대로 승소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제시한 법리를 인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나 현 정부를 겨냥한 지씨의 글에 대해 "원고(임종석)에 관한 서술이 아니어서 원고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저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어 '임 전 실장은 주사파의 골수요 대부로 알려져 있다', '그가 청와대 비서실장인 이유도 그가 가진 종북 서열 때문' 등의 표현도 지씨에게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유치하고 품격이 떨어지거나 지적 근거가 박약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포함돼 있지만,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이나 공인인 원고의 정치적 이념·행보 등에 주관적 의견을 표명하거나 의혹을 제기하거나 수사학적 과장에 불과하다"며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종북'이라는 표현을 놓고 "시대적·정치적 상황에 따라 용어가 갖는 개념과 포함하는 범위도 변한다"며 "종북이라는 표현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나 감수성도 가변적일 수밖에 없어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빨간 쥐새끼들'을 비롯한 모욕적인 표현이나 '북한의 노예 노릇' 등 비판을 넘어선 무절제한 표현과 관련해서는 지씨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지씨는 2017∼2018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뉴스타운에 임 전 실장을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임 전 실장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임 전 실장은 총 1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글을 삭제하라고 청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