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단, '잃어버린 얼굴 1895' 공연실황 CGV서 개봉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흘리는 배우의 얼굴이 크게 클로즈업되고, 대화가 끊긴 적막 사이에 커피잔이 달그락거리는 미세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영화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장면은 영화가 아닌, 뮤지컬 공연 실황이다.

서울예술단의 창작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가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영화관서 즐기는 뮤지컬…"눈빛부터 손끝 떨림까지 전달"
서울예술단은 16일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 시사회를 열고, 지난해 7월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 '잃어버린 얼굴 1895'의 공연 실황 영상을 선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예정보다 일찍 막을 내린 공연은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관객들의 아쉬움을 달래오다 이번에 '극장 개봉'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척하게 됐다.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역사적 이야기에 상상력을 덧붙인 '팩션'(Faction) 사극으로 단 한 장의 사진도 남기지 않은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다.

오는 24일부터 전국 CGV 40개관에서 상영되는 이 영상은 단순히 라이브 공연을 영상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영상화를 목적에 두고 9대의 4K 카메라를 이용해 완성한 콘텐츠다.

카메라는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거나, 거리가 떨어진 배우들을 오버랩해서 보여주며 극의 흐름을 따라간다.

명성황후와 고종, 대원군. 3인의 갈등이 증폭되는 장면에서 1막이 내릴 때는 화면을 세 부분으로 나눠 인물의 표정을 나란히 배치하는 등 영화 못지않은 연출력도 엿보였다.

영화관서 즐기는 뮤지컬…"눈빛부터 손끝 떨림까지 전달"
무엇보다 공연장 1열에서도 보기 힘든 배우들의 표정이나 손짓 등 디테일한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눈을 질끈 감는 표정이나 흘러내린 눈물이 턱 밑에 맺혀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작품에서 명성황후를 연기한 배우 차지연은 이날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사실 처음에는 움직임 하나하나가 스크린을 통해 전달될 수 있을까 걱정이 컸는데 이것은 기우였다"며 "가까이서 볼 수 없던 배우들의 눈빛, 손끝의 예민한 떨림 하나하나가 스크린을 통해 살아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뮤지컬을 영상화하는 데 있어 가장 높은 벽으로 여겨지는 소리는 공연장보다는 생생함이 떨어지지만, 작품을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더욱이 공연장에서는 소리가 울려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대사가 또박또박 들리거나 소품을 움직일 때 나는 작은 소리까지 잡아내는 이점도 있다.

민찬홍 작곡가는 "사운드에 공을 많이 들였다"며 "사운드를 믹싱하는 후반 작업을 하다 보니, 현장에서 놓칠 수 있었던 근접해야만 들리는 소리의 디테일이 살아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장성희 극작가 역시 "가사가 더 잘 들리다 보니 좀 더 집중할 수 있어 작가 입장에서는 반가웠다"고 평가했다.

영화관서 즐기는 뮤지컬…"눈빛부터 손끝 떨림까지 전달"
배우들과 창작진은 이런 공연의 영상화 작업이 무대 예술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공연을 향유하는 관객층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성희 극작가는 무대 공연을 영상으로 만든 콘텐츠와 관련해 "제3의 장르라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서울예술단이 공공의 측면에서 내놓은 실험이다.

많은 분이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