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지급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는 SK하이닉스가 퇴직 근로자들이 낸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도 승소했다. 지난 4일 수원지방법원은 생산성격려금(PI), 초과이익분배금(PS)은 “경영 성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이어서 임금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회사 측이 소송에서는 승소했지만 최근 성과급 지급 기준을 바꾸기로 해 앞으로 더 큰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성과급 소송 이겼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
지난 10일 SK하이닉스는 노사협의회를 열고 성과급 지급기준을 바꾸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지급기준을 투명화하고 근로자들이 다음 해 성과급 규모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최근 성과급 논란으로 근로자들의 반발이 급속히 확산하자 이를 무마하려는 조치다.

변경된 성과급 지급기준에 따르면 앞으로 성과급을 놓고 유사한 소송이 제기되면 임금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수원지법의 항소심 판결 내용을 토대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본다.

SK하이닉스에 1994년과 1997년 각각 입사해 생산직에 근무한 근로자 2명은 2016년 2월 퇴직했다. 이들은 퇴직한 후 경영성과급인 PS, PI가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퇴직금을 다시 계산해 부족분을 추가로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수원지법은 평균임금에 관한 대법원 판례 법리를 토대로 SK하이닉스의 PS, PI가 임금인지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먼저 임금에 해당하자면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등에 명시적 규정이 있어야 한다. SK하이닉스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그 다음으로는 성과급을 지급할 때 ‘계속성’, ‘정기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SK하이닉스는 그렇지 않았다. 매년 노조와 임금교섭을 거쳐 PS, PI 지급기준, 지급 액수 등이 달라졌다. 2001년과 2009년에는 PS, PI가 지급되지 않기도 했다.
경영 성적에 따라 좌우되는 PS, PI는 근로의 대가인 임금 아냐
결정적으로 PS, PI는 경영 성과에 따라 지급됐고 근로의 제공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평균임금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PI는 회사가 설정한 생산목표 달성이라는 기본 조건 이외에 기말 현금 보유액, 경영 평가 결과, 영업이익 발생 등의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지급됐다.

PS는 경제적 부가가치(EVA)가 발생해야만 지급한다. EVA는 영업이익에서 자기자본, 자기자본비용, 차입금 이자비용, 법인세를 뺀 금액이다. 여기서 자기자본비용은 어떻게 측정하느냐에 따라 변동 폭이 크고 때에 따라서는 주관성이 상당히 개입되는 지표여서 EVA 수치를 두고 논란이 종종 빚어지기도 한다.

수원지법은 “PS, PI 지급 조건은 동종 업계의 동향, 전체 시장의 상황, 회사의 영업 및 재무 상태 등을 비롯해 사용자의 우연하고 특수한 사정에 의하여 좌우되는 요소”라며 “근로의 제공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불확정적인 조건에 의지하므로 임금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지난 2018년 말 공공기관의 경영 평가 성과급은 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민간 기업에서도 성과급을 놓고 줄줄이 소송이 벌어졌지만 대부분 SK하이닉스처럼 근로자 측이 패소하고 있다.
EVA에서 영업이익으로 지급기준 변경... 또 다른 분쟁 불러올 수도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최근 성과급 관련 논란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상여금 지급기준 등을 변경하자 전문가들은 앞으로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10일 SK하이닉스 노사는 경기 이천 본사에서 노사협의회를 열고 성과급 개선 방안에 합의했다. 성과급 지급 기준을 기존 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변경하고 기본급 200%에 해당하는 주식을 우리사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또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쓰고 PS 지급 예상치를 연초와 분기별 시점에 공개해 종업원들이 다음 해 초 PS를 얼마나 받을지 예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초 회사가 올해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400%(연봉의 20% 수준)를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근로자들은 경쟁사보다 부족한 데다 성과급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 이번 합의의 배경이다.

성과급 지급 기준이 객관적인 수치인 영업이익으로 바뀌고 지급 규모도 사전에 예측 가능해지면 법률적으로는 성과급이 임금으로 평가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노사협의회에서 합의된 사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규정화되고 실제 적용되는지에 따라 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노동법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업계가 눈여겨 지켜보는 대목이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