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번화가 고깃집·호프집 "지난주보다 손님 늘어" 일부선 "매출 회복하려면 5인 이상 집합금지 풀어야"
"확진자가 1천명을 웃돌던 지난해 12월부터 매출이 반 토막이 날 정도로 타격이 컸는데, 1시간이라도 더 영업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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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완화로 수도권 식당들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까지로 연장된 첫날인 15일 오후 9시께 경기 수원시 영통구 번화가의 한 고깃집 사장 A씨는 모처럼 분주하게 손님을 맞았다.
월요일 늦은 시간인데도 매장 내 테이블 11개 중 8개가 차 있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손님들을 모두 내보내고 마감 준비가 한창이었을 시간이었는데, 이날은 맥주잔을 기울이는 손님들의 목소리와 테이블 주문 벨 소리로 매장이 시끌벅적했다.
직계 가족을 제외한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은 여전히 금지됨에 따라 1m 간격으로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있는 손님은 많아야 4명을 넘지 않았다.
주인 A씨는 주문대와 주방을 분주하게 오갔고, 종업원도 나가는 손님의 계산을 돕고 새로 들어오는 손님을 맞느라 바빴다.
A씨는 "영업시간이 1시간 연장되니 지난주 월요일 같은 시간에 비해 손님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며 "거리두기 완화로 손님이 많아질 것 같아 지난주에 아르바이트생 1명을 충원했다"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호프집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10평 남짓한 매장에 있는 테이블 8개 중 빈 테이블은 1개뿐이었다.
좁은 공간에 손님이 가득 앉아있는 데다 몇몇 테이블은 간격이 1m가 채 되지 않아 방역에 취약해 보이기도 했다.
호프집 사장 B씨는 "영업시간이 늘어난 건 좋지만 1시간 연장된다고 해도 테이블 회전이 이뤄지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라 매출이 늘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예전처럼 새벽 2시까지 영업이 허용돼야 2차, 3차를 하러 오는 손님들을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직계가족의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허용된 탓에 손님이 단체로 찾아와 가족 관계라고 우기는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도 했다.
영업시간 제한 완화보다 5인 이상 집합 금지 해제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컸다.
용인시 기흥구 한 아파트단지 상가에서 주점을 운영 중인 C씨는 "영업시간 1시간 연장이 매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늘 방문한 손님도 지난주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어 "특히 여기는 아파트 상권이다 보니 친한 이웃들끼리 오는 손님이 많고 주로 5명 이상씩 오기 때문에 5인 이상 집합금지가 풀려야 매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식당 사장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도 보면 '오후 10시는 의미 없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그는 "어떻든 버티고 있는데, 확진자 수가 줄었다 늘기를 계속 반복하면서 상황이 길어지니까 힘들다"며 "차라리 단기간 방역 단계를 강하게 올려 확진자 수를 확 줄인 뒤 좀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도 말했다.
손님들은 영업시간 연장을 반기는 모습이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나왔다는 한 30대는 "원래는 9시만 되면 술집을 헐레벌떡 나가야 해서 촉박했는데 지인들과 보낼 시간이 1시간 늘어 기분 좋다"며 "코로나19가 걱정되긴 하지만 테이블 간격 유지 등 방역수칙을 최대한 잘 지키는 선에서 모임을 즐기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에서 2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두 달여 동안 지속된 고강도 거리두기에 따른 국민적 피로감과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극심한 경제적 피해를 고려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