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2] 상용화에 성큼 다가선 NK세포치료제
NK세포치료제 시장의 성장세는 배양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됐을 뿐 아니라 NK세포치료제가 CAR-T의 새로 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시작됐다.

NK세포치료제는 환자별로 T세포를 맞춤형으로 배양해 공급해야 하는 CAR-T와 달리 동종치료가 가능한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미리 대량생산해둘 수 있어 경제성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또 이식편대숙주병 (GvHD) 등 부작용의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런 장점을 눈여겨본 글로벌 제약사들이 NK세포치료제 기술 도입에 나서면서 관련 나스닥 상장사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교보증권이 최근 내놓은 리포트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NK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나스닥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150~500%까지 불어났다. NK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나스닥 상장사 중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페이트 테라퓨틱스는 지난해 1월 27일 기준 시가총액이 22억4100만 달러에서 올해 1월 26일 82억2800만 달러로 1년 만에 250% 넘게 높아졌다. NK세포치료제 상용화에 나선 속도만 따지면 페이트 테라퓨틱스보다 더 빨랐다고 평가받는 난트퀘스트 또한 같은 기간 7억3000만 달러에서 20억7900만 달러로 시가총액이 185% 커졌다.

김정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CAR-T와 비교해 부작용이 적고 경제성이 우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CAR-T가 아직 효능을 보이지 못한 고형암 임상이 본격화되면서 NK세포치료제 개발사들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스닥 달구는 NK세포치료제 기업들

나스닥시장의 NK세포치료제 분야 대장주는 페이트 테라퓨틱스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반의 CAR-NK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어 기술적으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자로부터 T세포를 채취한 뒤 배양해 다시 몸에 주입하는 맞춤형 치료제인 CAR-T와 달리 동종 치료가 가능한 게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NK세포치료제 기업은 NK세포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페이트 테라퓨틱스가 내세우는 기술은 iPSC다.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조혈모세포를 만들고 다시 NK세포를 만드는 식이다. 또한 NK세포를 만들 때 유전자를 조작해 CAR-T처럼 암세포를 더 잘 파괴할 수 있도 록 했다. 키메릭 항원수용체 NK세포(CAR-NK) 치료제다. 지난해 4월 페이트 테라퓨틱스는 존슨앤드존슨의 계열사 얀센 바이오텍과 30억 달러 규모의 라이선스아웃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라이선스아웃은 페이트 테라퓨틱스의 주가에 드라마틱한 영향을 주진 못했다. 페이트 테라퓨틱스의 주가가 뛰어오르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 4일 표적항암제 리툭시맙과의 병용 1상 결과가 발표되면서다. B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환자 4명 중 2명에게서 완전관해, 1명에게서 부분관해가 확인됐다. 이것은 CAR-NK 치료제의 첫 임상결과다. 또한 CAR-NK가 혈액암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 CAR-T 못지않은 결과를 보여줬다는 데도 의미가 크다. 페이트 테라퓨틱스는 지난해 11월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투여를 시작하기도 했다.

시가총액에서 엔카르타를 누르고 나스닥시장 2위로 올라선 난트퀘스트 또한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 회사는 지난달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전이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의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난트퀘스트는 다른 치료법이 없는 환자 5명에게 동정적 사용으로 PD-1 표적 동종유래 NK세포치료제 t-haNK를 투여했다. 동정적 사용이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없이도 예외적인 사용을 허가해주는 제도다. 난트퀘스트 관계자는 중앙생존값(3개월)에 아직 도달하지 않은 환자에게 t-haNK를 투여한 결과, 완전관해가 이뤄졌으며 환자들이 8~16개월 넘게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다고 했다.

난트퀘스트의 주가가 급등한 까닭은 CAR-T로는 아직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를 보인 데다 이 회사 기술력의 집합체인 t-haNK가 극적인 치료 효과를 보인 까닭이 컸던 것으로 미뤄볼 수 있다. t-haNK는 경쟁사 대비 친화력이 높은 CD16 수용체를 발현시킨 haNK 기술과 암세포 표면에서 발견되는 종양 특이적 항원을 표적하도록 한 CAR-NK의 일종인 taNK를 종합한 기술이다.

또 다른 나스닥 상장 NK세포치료제 개발사인 엔카르타는 유전자 편집기술을 활용한 CAR-NK 치료제 파이프라인의 임상 1상을 시작했다. 엔카르타는 유전자가위(CRSPR-Cas9)를 활용해 NKD2D 수용체를 NK세포에 과량 발현시켰다. NKD2D 수용체는 NK세포나 T세포 표면에서 발현해 암세포 또는 비정상세포를 물색하는 역할을 한다.

엔카르타에 따르면 비임상시험에서 NKD2D를 과발현한 NK세포치료제의 독성은 일반 NK세포 대비 4~8배였다. 일반적으로 NK세포는 활성화된 T세포 대비 독성이 약한 점이 약점으로 꼽혔는데 이 문제를 유전자 편집 기술로 해결하려 한 것이다. 엔카르타는 급성골수성백혈병(AML)과 골수형성 이상증후군(MDS)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사노피는 면역치료제와 세포치료제에 관심이 많은 기업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3억5800만 달러에 키아디스를 인수합병하면서 세포치료제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키아디스는 지지세포(feeder cell) 없이도 NK세포를 생산할 수 있어 향후 사노피가 NK세포 치료제를 대량생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타케다는 NK세포치료제 분야 톱티어 연구기관인 MD앤더슨과 파트너십을 맺고 CAR-NK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타케다는 동종 CAR-NK 치료제 TAK007을 만성 림프구 백혈병(CLL)과 비호지킨림프종(NHL) 대상으로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개발 속도 빠르다

FDA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CAR-T 시장과 달리 NK세포치료제는 아직 명확한 승자가 없는 상태다. 이 때 문에 국내 기업들 또한 효능과 경제성을 인정받는다면 언제든 글로벌 제약사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CAR-T와 다르게 동종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해외 시장 공략에도 부담이 적다.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GC녹십자랩셀이다. GC녹십자랩셀은 말초혈액에서 유래한 NK세포치료제로 국내에서 간암 임상 2상을 마친 상태다.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대혈줄기세포 기반 NK세포치료제의 임상 1·2상을 미국에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임상은 GC녹 십자랩셀이 미국 현지에 조인트벤처로 설립한 NRDO기업 아티바가 기술도입 후 수행하게 된다.

성과도 냈다. GC녹십자랩셀이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CAR-NK 플랫폼 기술을 아티바가 지난 1월 28일 18억6600만 달러(약 2조 원) 규모로 MSD에 기술이전했다. MSD는 아티바의 동종 CAR-NK세포치료제 플랫폼 기술을 이용해 최대 3가지의 고형암 후보물질을 개발한다.

엔케이맥스는 키트루다와의 병용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의 병용 임상 1·2a상 중간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전체 환자 대상 객관적반응률(ORR) 44%를 보여 대조군(0%) 대비 뛰어난 결과를 보였다. 엔케이맥스는 EGFR 양성 고형암 환자 대상으로 아피메드사의 이중항체 AFM24와 병용 임상 1상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셀바이오는 동종치료가 아닌 자가 NK세포 치료제 개발에 힘쓰고 있다. 간세포암에서 주목할 만한 효과를 보였다. 간 동맥 내 항암주입요법(HAIC)과 환자에게서 채취해 배양한 NK세포치료제(Vax-NK)를 5회 투여하는 임상 디자인으로 임상 1상에서 ORR 72.7%의 결과를 냈다. 박셀바이오는 현재 임상 2a상에 진입한 상태다.

세계 NK세포치료제 후보물질 임상 현황
[Cover Story - part.2] 상용화에 성큼 다가선 NK세포치료제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