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뉴스1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 논란에 이어 지난 3일 단행된 대법원 정기인사를 두고서도 법원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장을 6년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남겨뒀다. 한 법관이 같은 법원에, 그것도 중요 사건을 다루는 서울중앙지법에서만 6년째 근무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 법원 안팎의 얘기다.

반면 또다른 '사법농단' 주역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을 맡아 온 재판장은 3년만에 자리를 옮기게 됐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실형을 선고한 형사합의 25부는 대등재판부로 구성된 지 1년만에 뿔뿔이 흩어졌다.

"양승태 재판장은 가는데 임종헌 재판장이 남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3일 단행된 2021 법관 정기인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의 재판장을 맡고 있는 박남천 부장판사를 서울동부지법으로 발령했다. 반면 임종헌 전 차장 사건의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는 올해로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 남게 됐다.

법원 내에서는 △중앙지법 근무 기간 △재판진행 상황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이례적인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25년 넘게 판사생활을 하면서 판사가 한 법원에서 6년째 근무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백번 양보해 사법농단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한 인사라고 해도 박남천 부장과 윤종섭 부장 둘다 남겼어야지 왜 한 쪽만 남기느냐"고 말했다.

이어 "윤종섭 부장한테 계속해서 임종헌 재판을 맡기라는 대법원의 강력한 메시지라고밖에 해석이 안 된다"며 "오죽하면 법원에서 사법농단 재판별로 사건진행 속도를 조절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겠나"고 말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재판상황을 고려해보더라도 이례적인 인사라는 비판이다. 전·현직 법관들을 증인으로 불러야 하는 사법농단 재판 특성상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과 임종헌 전 차장 사건 둘 다 진행이 더디긴 하다. 하지만 임종헌 전 차장 사건에 비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이 훨씬 많이 진행된 상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은 2019년 3월부터 꾸준히 진행돼 지난해 10월 백 번째 공판을 맞았고 이탄희 의원 등 마지막 핵심 증인신문만 남긴 상태였다. 올해 상반기 안에 결심공판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재판부가 교체되면서 올해 내 결심 및 선고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은 수사기록만 20만쪽에 달한다.

반면 임종헌 전 차장 사건은 비교적 한참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임종헌 전 차장이 “재판장 윤종섭은 어떻게든 유죄를 선고하겠다는 지상목표를 설정하고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느라 2019년 5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재판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이번 인사가 무(無)원칙인 것은 당연하거니와 너무 노골적이라 솔직히 놀랐다"며 "임종헌 전 차장 재판결과를 먼저 보고 그에 따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도 처리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경심 실형 재판부, 3명 중 2명 전출

정경심 교수에게 1심서 실형을 선고했던 형사합의25부의 임정엽 부장판사와 김선희 부장판사는 서울서부지법으로 이동한다.

형사합의25부는 소속 판사 3명이 모두 경력 20년 가량의 '베테랑급' 부장판사로 이뤄진 경력대등재판부다. 지난해 전국 1심 형사합의재판부 가운데 처음이자 유일한 대등재판부로 구성돼 많은 관심을 모았다. 대등재판부를 확대실시하겠다는 것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약속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로 1년간 호흡을 맞추던 부장판사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물론 임정엽 부장판사 등은 2018년 2월에 서울중앙지법에 왔기 때문에 통상 2~3년을 주기로 이동하던 관례에 따라 이뤄진 인사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윤종섭 부장판사가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 남게 된 것과 비교하는 시각도 나온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