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보유현금 약 8%를 비트코인으로 바꿨다. 테슬라 차량을 비트코인으로 살 수도 있게 한다고 발표했다. 직후 비트코인 값은 폭등했다. 3만8871.4달러에서 4만6000달러로 뛰었다.

"머스크는 트윗으로 시장에 계획을 미리 알려줬다"

테슬라의 이번 발표는 그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를 주의깊게 봤다면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머스크 CEO는 작년 부쩍 트위터에서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언급을 늘렸다.
가상화폐 띄우기? 머스크의 '비트코인 홍보트윗' 문제 될까
금융기업 로버트W.베어드앤코는 "머스크 CEO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테슬라의 향후 사업을 암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머스크 CEO의 트윗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화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머스크 CEO가 테슬라 비트코인 도입에 본격 나서기 전부터 '가상화폐 띄우기'를 벌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CNBC는 "최근 몇주간 머스크 CEO가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이나 도지코인 등 가상화폐를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도록 유도한 것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멜템 데미러스 코인쉐어스 최고전략책임자는 "머스크 CEO는 사실 미리부터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겠다고 시장에 전보를 쳤다"고 말했다.

"사업정보 좀 트윗하지마" SEC 제약 걸린 머스크

머스크 CEO의 최근 트윗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등 거래당국이 문제삼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머스크 CEO는 SEC와 '트윗 주제 제한' 계약을 맺고 있어서다. 2018년 머스크 CEO가 트위터에 테슬라 상장폐지 계획을 올렸다가 주가가 널뛰기한 일이 계기가 됐다. 당시 SEC는 머스크 CEO가 트위터를 이용해 테슬라의 주가를 조작하려 했다며 머스크 CEO를 고발했다.

머스크 CEO는 당시 트위터 주가조작 혐의로 2000만달러(약 223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후 머스크 CEO는 SEC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이용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머스크 CEO가 테슬라 기업 관련 민감한 사안에 대해 트윗할 때는 테슬라 법무팀의 승인을 먼저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SEC와의 계약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회사 재무상태, 잠재적 인수·합병(M&A) 계획, 생산·판매량 현황과 전망 ·추정치, 기존 사업 라인업과 무관한 신사업 내용 등을 언급할 때 반드시 테슬라 법무팀과 먼저 상의 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근 비트코인 트윗, 당국이 문제 삼을 수 있을까

관건은 머스크 CEO가 그간 올린 트윗을 '신사업 예고'로 볼 수 있는지다. 머스크 CEO는 주로 장난식 문구와 밈(인터넷 상에서 유행하는 그림)을 통해 비트코인 얘기를 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29일 트위터 프로필에 비트코인 해시태그를 달았다가 이후 삭제했다. 트위터 캡쳐
일론 머스크는 지난 29일 트위터 프로필에 비트코인 해시태그를 달았다가 이후 삭제했다. 트위터 캡쳐
전문가들과의 논의도 주로 질문 정도만 올렸다. 머스크 CEO는 작년 12월엔 트위터를 통해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CEO에게 비트코인으로 대규모 거래가 가능한지 물었다. 세일러 CEO가 "테슬라 주주에게 1000억달러를 벌어주고 싶다면 테슬라의 현금보유분을 미국 달러에서 비트코인으로 바꿔라"고 얘기한 것에 대한 질문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머스크 CEO가 그간 가상화폐 관련 트윗을 법무팀 검토 후 트위터에 올린 것인지 테슬라에 문의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SEC가 실제 조사에 나서더라도 고발 승산은 낮다고 보고 있다. 머스크 CEO가 최근 트윗 내용을 '단순히 개인적 관심사에서 올린 것'이라고 주장할 경우 딱히 혐의를 주장할 근거가 없어서다.

증권법 전문가인 존 커피 주니어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교수는 "SEC는 이전에도 머스크 CEO의 트윗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SEC가 머스크 CEO를 이번에도 밀어붙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실사업체 머디워터리서치의 카슨 블락 창업자는 "SEC는 머스크 CEO를 상대로 이긴 적이 없다"며 "머스크 CEO와 맞붙으면 SEC가 결국 막다른 골목에 내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