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말로 하는 SNS '클럽하우스'
“클럽하우스라니, 골프 클럽 얘기냐?” “음성 대화라면 그냥 전화로 하는 게 낫지 않아?” 쌍방향 음성 기반의 새로운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가 연일 화제다. 지난해 3월 처음 선보인 클럽하우스는 문자나 이미지·영상 대신 목소리만 이용하는 대화방이다.

처음에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창업자와 벤처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다가 유명 기업인들이 참여하면서 사용자가 200만 명 이상으로 늘었다. 이달 초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미국 주식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의 CEO 블라디미르 테베브와 공매도 설전을 벌여 더욱 관심을 모았다.

지난주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깜짝 등장해 가상현실(VR) 디바이스 ‘오큘러스 퀘스트2’에 대한 이야기로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슬아 컬리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 스타 창업자들이 속속 참여했다. 영어 대화방뿐 아니라 한국어방도 많다.

일반 플랫폼과 다른 점은 폐쇄성이다. 기존 가입자의 초대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 ‘초대받지 못한 손님’은 대기 상태로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초대권 구한다”는 게시물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업계 거물이나 트렌디한 인물들과 함께한다는 자부심에다 사업·채용 기회 등 실질적인 정보까지 얻을 수 있어 가입 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또 다른 특성은 현장성과 희소성이다. 대화 내용이 녹음되지 않기 때문에 고급 정보를 실시간으로 듣지 않으면 안 된다. 사용자들은 관심사에 따라 수많은 대화방을 방문할 수 있다. 3~6명이 대화를 나누고 수십~수백 명이 귀 기울이는 과정은 대형 콘퍼런스의 패널 토론과 비슷하다. 돈과 직결되는 상담이나 코칭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 벤처 투자자는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업계 간부를 통해 인력 9명을 투자 포트폴리오 회사에 연결해 주기도 했다.

클럽하우스를 개발한 알파익스플로레이션의 기업 가치는 지난해 5월 1억달러(약 1120억원)에서 올 2월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로 10배 올랐다. 아직은 아이폰에서만 가능한 서비스이지만, 곧 안드로이드용 앱이 나오면 기업 가치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사용자가 늘면 시장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영상 시대에 목소리 하나로 신시장을 개척한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의 아이디어가 놀랍기만 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