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 대부분 민간위탁…노조 "공단, 직고용 필요" 정규직은 반대 우세…취준생 "스펙 쌓으려 수년 노력하는데" 반발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원들이 공단 직접고용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자 상담원 노조와 정규직·취업준비생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노조는 공공성이 높은 건보공단 상담원 업무를 민간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정규직과 취준생들은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들며 반발해 제2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와 유사한 양상이다
◇ "민간위탁은 건보 공공성 훼손…민감정보도 문제" 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2006년 고질적인 전화 민원·불만 청취와 반복적인 업무 부담 해소를 위해 전문상담원 180명과 외주업체 소속 상담원 420명으로 고객센터를 개소했다.
이후 고객센터는 전국 12곳으로 늘었고, 이 중 서울·부산·대구·광주 등의 센터 7곳을 11개 민간용역업체가 운영한다.
공단 지사로 민원전화가 넘어가지 않게 하는 게 고객센터의 일이라 업무영역은 건강보험 자격, 보험료, 보험급여, 건강검진, 의료급여,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1천여가지를 포괄한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상황에서 질병관리청 콜센터 역할도 일부 수행한다고 한다.
노조에 따르면 2019년 한해 전화상담은 약 3천600만건, 상담원 1명이 하루에 처리하는 통화는 평균 120.1건이었다.
그러나 임금 수준은 동일직종 종사자들의 80% 수준으로 최저임금에 가깝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지사로 전환하는 콜이 2%를 초과하면 실적 감점을 당하고, 상세히 설명하느라 상담 시간이 3분을 넘으면 질책을 당하거나 저성과자가 된다"며 "지금과 같은 민간 위탁은 건강보험 공공성을 훼손하고 핵심 서비스를 왜곡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사회공공성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현재의 고객센터 같은 저비용·고감시 모델은 공공서비스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직영화로 상담노동자의 책임감을 높이고 숙련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5천만명이 넘는 가입자의 개인정보 문제도 지적된다.
가입자가 고객센터로 전화하면 상담원은 재산과 소득, 직장명, 내원 병·의원명, 진료일, 임신·분만 예정일자, 교도소 등 수용 내역, 병명 등 민감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참여연대는 최근 성명을 내 "시민들은 민감한 정보들을 다루는 노동자가 민간업체 소속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민간 위탁은 이런 신뢰를 정면으로 배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 정규직·취준생 "취업 위해 수년 노력…무조건 직고용은 불공정" 반면 공단 정규직 직원과 취업준비생 가운데서는 고객센터 직고용이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요원 직고용 논란 당시와 비슷한 모습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4년차 공단 취업준비생'이라고 소개한 이의 게시물이 일주일 새 6천3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그는 "많은 준비생이 스펙·역량을 쌓고자 노력과 열정을 쏟아부으며 공단 직원이 되고자 한다"며 "공정성과 형평성을 정부 입김으로 훼손시키지 말아달라"고 했다.
정규직 노조인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노조가 지난해 5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5%가량이 고객센터 노동자 직접고용 사업에 정규직 노조가 참여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전무환 노조위원장은 "지금 분위기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 사업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위 사업장 노조는 사업장의 정서를 대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고객센터에서 일하다가 일반 직원이 되겠다고 요구하면 과정에 공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허탈하다'는 반응도 (정규직 노조 내부에) 있다는 건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