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균형감각이 돋보였던 무대, 슈만의 서정성을 생생히 보여주다
스페인에서 건너온 젊은 지휘자 안토니오 멘데스(37)가 치우치지 않는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지난 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정기연주회 '낭만적 겨울'을 통해서다. KBS교향악단의 올해 첫 공연이었다.

멘데스는 공연에서 로베르트 슈만의 '서곡 스케르초와 피날레 E장조'와 펠릭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 e단조', 슈만의 '교향곡 3번 e플랫장조'를 들려줬다.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가 협연자로 나섰다. 지난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멘데스는 "슈만 레퍼토리는 자신있다. 균형을 맞출 것이다"라고 공언했다. 극적으로 치닫지 않고 조화를 이룰 거라는 설명이다.

이날 그의 바람은 이뤄졌다. 공연 내내 차분하게 단원들을 이끌었다. 관악부와 현악부 모두 빠짐없이 밀도있는 선율을 들려줬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멘데스 지휘자가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슈만 레퍼토리 특유의 내밀한 점을 선보였다"고 총평했다.

배치부터 남달랐다. 바이올린 연주자들(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을 지휘자 왼쪽에 몰아넣는 '미국식' 악단 배치 대신 양쪽에 나눠 앉혔다. 중저음을 내는 더블베이스와 첼로를 중심부에 놨다. 현악기 균형을 맞추고 음량을 다채롭게 들려주는 배치법이다. 유럽식(독일식)으로 불린다.

현악5부에서 균형을 맞추니 오케스트라 선율이 조화를 이뤘다. 멘데스는 현악주자들에게 "평소보다 가볍게 연주해달라"고 주문했다. 무대 뒤에 배치된 관악기 소리를 현악기와 어우르려는 의도다. 현악주자들은 빠른 박자에도 숨죽여 연주했다. 웅장한 트럼본 연주는 객석에 온전히 전달됐다.

프로그램 구성도 흥미로웠다. 비슷한 음계를 다르게 배치한 것이다. 첫 곡인 슈만의 '서곡 E장조'로 활기찬 분위기를 조성하더니,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를 연이어 들려줬다. e단조는 아련하면서도 애수어린 감정을 표현할 때 쓰는 음계다.

메인 프로그램은 슈만의 '교향곡 3번 e플랫 장조'였다. 슈만은 베토벤이 교향곡 3번(영웅)을 지을 때 썼던 음계를 활용했다. 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가 "장엄하고도 찬란한 음계"라 애찬했던 음계로, 트럼본을 중심으로 금관주자들의 힘찬 연주가 돋보이는 음계다. 황 평론가는 "조성 배치가 흥미로웠다. 실제 가까운 친구였던 멘델스존과 슈만 작품만으로 공연을 꾸린 점도 돋보였다"고 평했다.

다소 아쉽다는 비평도 나온다. 기획 방향은 좋았지만 단원들과 호흡이 완벽하진 않았다는 분석이다. 객원 지휘자다보니 단원들과 교류할 기회가 적었다. 통상 1년에 걸쳐 오케스트라 색채를 찾는다. 멘데스에게 주어진 일주일은 턱없이 짧았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조금은 어수선했던 연주라 아쉬웠다. 조직력이 더 뛰어났다면 일사분란하게 화합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멘데스와 단원들이 좀 더 긴밀하게 연습할 기회가 있었다면 명연이 펼쳐쳤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