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집합금지·이동자제 권고로 차례상 안 차리는 집 늘어난 듯
나이 든 상인들 온라인 거래 준비도 미흡 "이렇게 힘들기는 처음"
"맛집인데도 하루 5만원 매출"…설대목 실종된 청주 육거리시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면서 설 대목을 맞은 전통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작년 추석에도 고향 방문 자제 분위기 속에 매출 부진을 겪은 상인들은 정부의 5인 이상 집합금지 연장과 이동자제 권고가 설 대목 경기를 꽁꽁 얼어붙게 했다고 하소연한다.

설 연휴를 1주일 앞둔 지난 4일 오후, 중부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청주 육거리시장에서는 북적거리는 명절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과거 같으면 설 선물이나 제수용품 준비하려는 시민들도 발 디딜 틈 없었겠지만, 이날은 혼잡은커녕 한산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이 시장 전집 골목의 터줏대감을 자처하는 이모(70)씨는 "과거 같으면 가게 앞에 긴 대기 줄이 생길 시기인데, 오늘은 겨우 5만원 어치 팔았다"며 "17년째 전을 부치고 있지만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라고 한숨지었다.

바로 옆 전집의 이모(65)씨는 "일단 가족끼리도 모이지 못하게 하니까 차례상을 아예 차리지 않는 분위기"라며 "이맘때면 손목이 시큰거릴 정도로 불판 위의 전을 뒤집었는데, 이번에는 손님이 없어 옆 가게 주인과 수다 떨 시간도 있다"고 침체한 분위기를 전했다.

"맛집인데도 하루 5만원 매출"…설대목 실종된 청주 육거리시장
경기는 얼어붙었는데, 농산물 등 원자잿값이 올라 이중고를 겪는 상인도 있다.

떡집을 운영하는 박모(40)씨는 "가래떡 한 줄 가격은 작년이나 올해나 1천원인데 쌀값은 25%가 올랐다"며 "손님이라도 있어야 가격 인상 등을 고민하는데, 당장은 그럴 형편도 못 된다"고 힘들어했다.

통계청이 밝힌 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올랐다.

그중에도 농·축·수산물이 10% 이상 급등해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사과(45.5%), 파(76.9%), 고춧가루(34.4%), 양파(60.3%), 달걀(15.2%), 쌀(12.3%) 등의 순이다.

농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8)씨는 "쓸만한 사과 1상자가 5만원까지 값이 치솟고, 달걀 한 판도 6천원을 훌쩍 넘어서다 보니 시민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한다"며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맛집인데도 하루 5만원 매출"…설대목 실종된 청주 육거리시장
비대면 분위기 속에 온라인을 통해 설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지만, 전통시장은 효과가 제한적이다.

청주시가 오프라인 서비스에 의존하던 소상공인들의 스마트화를 지원한다지만, 나이 많은 상인들한테는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젊은 축에 속하는 상인 이모(40)씨도 "최근 온라인 거래를 시작했는데, 상품 하나하나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관리하는 게 여간 힘들지 않다"며 "온라인 세대인 우리도 헷갈리는데,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야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청주시는 지역화폐인 '청주페이'의 10% 인센티브 제공을 연장하는 등 침체한 소비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 쏟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통시장 안팎에 대한 방역소독을 강화하고 있다.

시민 편의를 위해 5∼14일은 육거리시장 등 전통시장 6곳과 농수산물시장의 주변 도로의 주차도 허용한다.

청주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설 준비를 하도록 방역 및 교통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을 위해 전통시장을 적극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