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 “獨 바커에 DNA 생산 자회사 1320억원 매각...엔젠시스 생산·개발 분리”
“제노피스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미국 유전자치료제 사업에 재투자하겠습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독일 바커케미컬코퍼레이션에 자회사 제노피스를 매각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노피스 설립 3년 만의 결정이다. 헬릭스미스가 신약 개발과 임상을, 바커가 생산과 품질관리를 담당하는 쪽으로 유전자치료제 상용화에 나선다.

“바커와 엔젠시스 시판 허가 준비”

제노피스는 2018년 7월 헬릭스미스가 사모펀드 운용사인 메디베이트파트너스와 함께 미국 샌디에이고에 세운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플라스미드 DNA 생산 기업이다. 500리터 규모 배양기와 정제시설을 갖추고 있다. 플라스미드 DNA 생산 기업 중 세계 최대 규모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헬릭스미스가 65%, 메디베이트파트너스가 3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헬릭스미스는 메디베이트 지분을 매입해 자사 지분을 80%까지 늘린 뒤 다음달 제노피스를 바커에 매각한다. 매각 규모는 1억2000만달러(약 1320억원)로 이 중 선급금이 3900만달러(약 430억원)다. 나머지 8100만달러(약 890억원)는 향후 5년간 제노피스서 나오는 수익을 공유하는 형태로 받는다.

김 대표는 미국 임상 3상 중인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의 상용화 중에 생길 수 있는 위험 부담을 바커와의 협력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엔젠시스 등 유전자치료제 시판 허가를 위해 구비해야 할 서류 중 70%가 생산과 관련된 내용이다”며 “바커의 바이오의약품 생산·품질관리 역량을 확보하면 유전자치료제 시판허가 준비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와 비용 및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여름부터 바커와 유전자치료제 생산 협력 논의에 착수했다. 바커의 자회사인 바커바이오텍은 독일, 네덜란드 등에 미생물의약품 GMP 생산시설 3곳을 둔 유럽 최대 미생물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다. 김 대표는 “아데노바이러스, 렌티바이러스, 레트로바이러스 등을 사용해 유전자치료제를 제조하기 위해선 플라스미드DNA가 필요하다”며 “유전자치료제 산업이 활성화하면서 미생물의약품 분야에서도 제노피스와 같은 플라스미드DNA 생산시설 확보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자회사 독자 사업으로 자금 확보”

제노피스 매각으로 헬릭스미스는 자금 운용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 회사가 바커로부터 받는 선급금은 메디베이트파트너스 분을 빼면 3095만달러(약 346억원)이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9월 2817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주가 하락으로 지난해 12월 1613억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엔젠시스는 임상 3상 시료 제조를 마치고 상용화 준비에 들어갔다. 엔젠시스 외 유전자치료제도 제노피스를 통해 생산하며 양사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게 김 대표의 구상이다. 헬릭스미스는 공정개발 노하우와 유전자치료제 품질 분석 역량도 바커에 제공할 계획이다.

헬릭스미스는 자회사도 더 늘리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근위축성측삭경화증·다발성경화증 유전자치료제 ‘NM301’과 CAR-T 치료제 개발을 위해 자회사 2곳을 세웠다. 김 대표는 “엔젠시스 외에 다른 사업 프로젝트 2~3개를 자회사 형태로 독립시켜 개발 자금을 확보하겠다”며 “천연물의약품 사업부문에서도 100억원 연매출을 목표로 올 상반기 새 브랜드를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다른 바이오 벤처기업을 인수해 인큐베이팅사업도 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세계 최초로 통증 관련 유전자치료제 임상 3상을 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시행착오에 대해선 유구무언일 따름이다”며 “성과를 보여주는 것만이 주주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신사업 기회를 찾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