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운영을 위탁받은 민간업체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근로자들은 콜센터에서 일하는 민간회사 정규직 940여 명으로, 민주노총 소속이다. 이들은 ‘직접 고용’을 다시 들고나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공사 사장까지 교체된 ‘인국공 사태’는 무리한 정규직화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고용·노동시장에 미친 부작용도 그만큼 컸다.

건보 콜센터 직원들의 직(直)고용 요구는 2019년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건보공단의 노조원 76%도 반대하고 있다. 고용주체가 다를 뿐 이미 정규직인 근로자들이 공기업 직원이 되겠다는 것이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또 하나의 ‘노노(勞勞) 갈등’이 되풀이될 공산이 크다.

보다 큰 문제는 왜 이런 ‘투쟁’이 끊이지 않느냐는 점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안정적 노사관계를 해치는 곳곳의 ‘투쟁’은 정부가 자초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인국공 사태가 그렇고, 지난해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사옥 점거농성’도 마찬가지다. 수납원들도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를 넘어 본사 직고용을 요구했다. ‘70세 정년’ 등을 요구하며 서울 LG트윈타워에서 농성한 청소근로자들 주장을 보면 더 이상 공기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비정규직을 줄이자는 정책은 선한 동기에서 비롯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에만 급급해 ‘현상 이면의 변수’를 못 보았거나 무시한 결과가 어떤가. 노노 갈등도 이면에는 예비 취업자와 재취업 희망자의 불만도 담겨 있다. 콜센터 근로자 직고용에 반대하는 ‘청원’도 결국은 공정·정의에 관한 문제 제기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가사도우미에게도 퇴직금을 주라는 ‘가사근로자법’ 같은 법이나 대거 내놓으며 ‘로빈 후드’ 행세를 한다.

고용·노동시장은 채용부터 임금, 고용계약, 근로형태까지 알파에서 오메가로 끝없이 연결돼 있다. 명분과 의욕만 앞세우기보다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고, 일관된 원칙이 중요한 이유다. 대기업들이 오랜 공채 관행을 접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저무는 공채’(한경 2월 1일자 A1, 4, 5면)는 경직된 고용제도에 대한 기업의 자구책인 것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혼란과 일자리 감소는 모두 노동약자들 몫이 된다. 이번 파업에 대해 건보공단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 고용정책의 잘못 끼운 단추를 바로잡는 것은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