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선출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경제계에선 최 회장의 ‘새로운 역할론’에 주목하고 있다.

1일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최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단독추대하면 사실상 대한상의 회장으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겸직하는 것이 관례였다.

무엇보다 경제계는 4대 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수장이 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4대 그룹 총수는 대한상의가 아니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맡았다. 최 회장의 부친인 고(故) 최종현 SK 창업 회장 역시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전경련 회장을 지냈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로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하면서 위상이 크게 약화됐고, 자연스럽게 ‘국내 최대 경제단체’란 타이틀도 대한상의로 넘어갔다. 이 상황에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과 동반성장을 강조해온 최 회장이 대한상의 수장에 오르면서 회원사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까지 아우르며 상생협력에 앞장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최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매출과 이익이 급증한 계열사라고 하더라도 ‘사회적 가치’ 창출에 실패하면 낮은 점수를 준다. 올해 초 신년사에도 “사회와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경제계에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지인들의 강력한 권유가 최 회장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힘 있는 4대 그룹에서 경제단체장이 나와야 한다는 점, 재계 2세대와 3~4세대 경영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사람이 최 회장뿐이라는 점 등을 내세우며 최 회장을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4대 그룹 총수들의 ‘맏형’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도 대한상의 위상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취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최 회장을 보좌하는 SK 실무자들도 업무 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에선 최 회장이 일정 중 절반 이상을 대한상의에서 소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직 제의를 수락하면서 나름의 ‘경제단체 역할론’을 고민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와 소통하면서 경제계 현안도 전달하는 성공적인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