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때리는 아들 목 졸라 살해 시도한 혐의로 구속기소
"제압하려 했을 뿐, 살인미수 이해 안 돼" 국민참여재판 신청
"아들을 죽인다는 게 말이 됩니까" 고개 숙인 60대 아버지
"아버지가 자식인 아들을 계획적으로 죽인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지난 28일 춘천지법 101호 법정. 피고인석에 선 백발이 성성한 박모(60)씨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구부정한 허리를 더 숙여 입을 열었다.

아들을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된 박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보석을 신청, 이날 심문 기일에서 어눌한 말투로 "자식을 죽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2시께 집에서 아들(39), 아내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술에 취한 아들이 아내에게 욕설하고 때리자, 이에 격분해 아들의 목을 졸랐다.

아내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박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아들은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고, 이틀 뒤 의식을 회복하고는 일반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그 사이 박씨는 구속돼 검찰을 거쳐 같은 달 23일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술이 빚은 가정불화 사건 정도로 여겨졌으나 박씨와 가족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박씨는 아들의 행동을 말리려고 했을 뿐 살해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고, 아들 역시 사건 이후로 후유증은 전혀 없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살인미수' 혐의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아들을 죽인다는 게 말이 됩니까" 고개 숙인 60대 아버지
박씨 측 변호인에 따르면 박씨 가족은 '가정불화'와는 거리가 먼 가정이었다.

폭력이 난무하는 일 없이 가끔 가족들끼리 술도 곧잘 마시곤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서 일거리가 떨어진 아들이 대전에서 고향에 올라왔고, 술을 마시다 이런 사달이 났다는 것이다.

일을 쉬게 된 아들이 속상해 술주정을 몇 차례 부렸던 일을 겪은 박씨는 아들을 제압하면서 아내에게 경찰에 신고를 지시했고, 시각·청각 장애를 앓았던 탓에 얼마나 세게 눌렀는지 인식하지 못했다는 게 박씨 측 주장이다.

이에 박씨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 배심원들의 평결을 받아보기로 했다.

박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대한중앙 강대규 변호사는 "살해 의도도 없었고 술 취한 아들을 제압하고자 한 행동일 뿐이며, 경찰에 신고를 지시한 것도 박씨다"라고 말했다.

최근 경북 청도군 한 사찰에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어머니가 상해치사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는 점을 근거로 "이 사건은 살인미수죄가 아니라 상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 의식이 돌아온 피해자를 조사했다면 살인미수로 구속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피고인의 억울함을 증명하겠다"고 했다.

춘천지법 형사2부(진원두 부장판사)는 29일 살인미수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입증계획 제출을 위해 다음 달 23일 속행 공판을 연 뒤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들을 죽인다는 게 말이 됩니까" 고개 숙인 60대 아버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