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은 이렇게 황당할 정도로 쉬울까. '도지코인(DOGE)'이라는 가상화폐가 하루 만에 800% 넘게 폭등해 눈길을 끌고 있다.

CNBC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정오께 싱가포르거래소 기준 도지코인 가격은 0.070755달러를 기록해 하루 전보다 800% 이상 상승했다. 시가총액(코인 수×가격)이 단숨에 82억 달러로 불어나 시총 9위 가상화폐가 됐다.

도지코인은 IBM 출신 기술자들이 2013년 만든 가상화폐로, 강아지 그림을 활용해 '장난스럽게' 개발한 것이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에 대한 후원금을 모금하는 등 기부에 활용되기도 했다.

CNBC는 "도지코인의 폭등은 일부 사람들이 돈벌이만을 위해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4월 자신이 도지코인을 좋아한다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남긴 적이 있다. 머스크는 얼마 전 패션잡지 '보그'를 패러디한 강아지 그림을 다시 올렸다.

그러자 미국 소셜미디어(SNS) 레딧의 토론방에서는 "도지코인을 굉장한 것으로 만들어보자" "계속 매입하라" 등의 글이 올라왔다.
레딧은 공매도에 대한 반발 여론을 주도하며 게임스톱 폭등을 이끈 곳이다. 레딧을 중심으로 뭉친 개인투자자들은 집중적으로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여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업체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다. 개미들의 단합에 커다란 손실을 본 헤지펀드들은 공매도 포지션을 포기하고 백기투항해 화제를 모았다.

'게임스톱 사건'에서 자신감을 얻은 이용자들이 이번엔 "머스크가 우리와 함께 한다"며 도지코인을 끊임 없이 화제에 올렸다는 것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