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 새벽 2시 아파트 화재에 긴급재난문자 발송 발화지점 멀리 떨어진 주민에게도 전달…발송도 불 꺼진 뒤 이뤄져 기초단체 안전 문자 권한 생겼지만 정확한 매뉴얼 없어 혼선 반복
28일 오전 2시 4분께 부산 수영구 한 아파트에서 불이나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한밤중 주민 150여 명이 놀라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수영구는 긴급재난 문자를 오전 2시 59분께 발송했다.
간략한 화재 발생 장소, 시간과 '인근 주민은 안전사고 발생에 유의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화재가 2시 41분에 초진, 2시 54분에 완진 됐는데 불이 모두 꺼지고 나서 5분이 지난 뒤인 2시 59분께 긴급재난 문자가 발송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화재가 발생한 지점에서 15㎞까지 떨어진 동래구, 연제구, 해운대구, 일부 금정구, 부산진구, 기장군까지 문자가 발송됐다.
수영구가 발송한 문자는 안전안내문자 보다 한 단계 위인 긴급재난문자인데 매너모드 여부와 상관없이 40dB 이상의 경고음이 울린다.
이 때문에 밤부터 아침까지 수영구에는 '긴급 재난문자 때문에 잠을 깼다'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한 시민은 "화재 발생 지점에서 15㎞ 떨어져 있는데 차로 30분 이상 떨어져 있다"며 "재난 대응은 과하게 하라지만 IT 강국에서 왜 이런 문자를 새벽에 받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먼저 화재 발생 15㎞ 떨어진 곳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 것은 기술적인 문제로 지금 당장 해결이 불가능하다.
재난문자는 기지국 반경 15km 내에 발송되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 재난 문자도 수영구 기지국이 있는 황령산에서 반경 15㎞ 지역 주민들이 수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행정안전부에서 만든 안전 디딤돌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수신지역을 원하는 곳으로 설정할 수 있지만 이를 알고 있는 시민은 그리 많지 않다.
재난 문자가 화재가 진화된 뒤 늑장 발송한 데 대해서는 수영구는 "행안부로부터 재난 문자 발송 여부를 검토하라고 전달받았는데 워낙 늦은 시간이고 인접 구까지 재난 문자가 발송되는 문제 등으로 발송 여부 검토가 길어진 것 같다"며 "그 과정에서 화재 진화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2019년 광역단체에서 기초단체로 재난 문자 발송 권한이 확대됐는데 구청마다 차별화 없는 내용을 중복으로 보내면서 시민들이 같은 재난문자를 중복으로 수신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재난문자 매뉴얼이 좀 더 세분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때 구별로 재난 문자 발송 기준이 너무 틀려 시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했는데 아직 바뀐 부분이 뚜렷하게 없다"며 "해당 자치구에서 보낸 문자를 해당 주민만 받는 게 아니라면 재난 문자 발송 기준을 좀 더 세분화시키고 표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