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성향은 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배당성향을 낮추면 회사에 돈을 쌓아두는 대신 주주의 몫이 그만큼 줄게 된다.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들의 배당성향은 우리금융 27%로 가장 높았다. KB금융 26%, 하나금융 26%, 신한금융 25% 등의 순이었다. 배당총액 기준으로는 신한금융이 8839억원(전환우선주 포함)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8610억원), 하나금융(6165억원), 우리금융(5050억원) 등의 순서로 배당금이 많았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에 배당을 줄이라고 압박하는 명분은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해 손실흡수능력을 키우리는 것이다. 금융지주사들은 배당을 순이익의 20% 이내로 낮추라는 권고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한 지주사 관계자는 “자율적인 ‘권고’라고는 하지만 따르지 않았다간 후폭풍이 감당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4대 금융지주는 비교적 실적 선방을 했다. 신한금융은 2조9502억원 KB금융 2조8779억원 하나금융은 2조1061억원의 이익을 냈다. 코로나19로 충당금을 많이 쌓은 걸 감안하더라도 3%가량 순이익 규모가 증가했다. 반면 우리금융은 작년 3분기까지 2019년 3분기까지 이익에 비해 30%가량 줄어든 1조140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통상 4분기에는 1회성 비용이 회계상 반영돼 순이익이 줄어든다. 한국투자증권은 KB금융지주 순이익은 6125억원, 5921억원, 하나 4555억원, 우리 3311억원의 분기 순이익을 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3분기까지의 이익에 한국투자증권의 추정치를 더해 2020년 예상 순이익을 도출하고, 당국 권고치인 20% 배당을 적용하면 신한금융의 배당금은 7084억원이 된다. 작년에 비해 1754억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KB금융의 배당금은 6880억원으로 1629억원 빠질 전망이다. 하나금융도 지난해 배당총액 6165억원에서 1041억원 줄어든 5123억원을 배당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 주당 500원, 총 1400억원 가량의 배당을 실시해 남은 배당은 더 적다.
우리금융의 배당 감소폭은 더욱 크다. 작년 5050억원을 배당에 썼는데 2943억원으로 줄어든다. 2107억원이 빠지는 셈이다.
4대 금융지주의 배당금은 2019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2조8664억원이었지만, 2020년엔 2조2131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주주에게 돌아갈 몫도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코로나19 위기 직후인 지난해 3월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몇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회복세를 보였으나 연초대비 10% 가량 빠진 셈이다.
금융위는 배당 자제 권고를 상반기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지주사들의 갑작스러운 분기 배당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배당 자제뿐 아니라 은행의 이익을 공유하라는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기 때문이다. 여당과 정부는 서민금융 기금에 은행 등 금융권이 3100억원을 매년 출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은행이 이자도 받지 말라고 주장했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여당 실세 김진표 의원은 최근 금융지주사 회장을 한 자리에 불러모아 오피스 빌딩에 대한 대출 재원을 뉴딜 펀드로 돌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대훈/정소람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