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모른 채 영업금지 경고…"영업시간 확대 번복에 재료비만 날려"

현장을 외면한 방역관리에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모르쇠' 방역관리에 벼랑 끝 상인들 '분통'
대구 중구 한 일반음식점 업주는 며칠 전 겪은 황당한 일을 토로했다.

그는 "구청 위생담당자가 지난 4일 뜬금없이 전화해 '휴게음식점(카페)에서 실내영업을 하면 안 되는데 하고 있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며 영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가게는 일반음식점이고 카페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며 "그러다가 전산으로 등록된 업종을 확인한 뒤 '일반음식점이 맞네요'하고는 전화를 끊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허술한 방역관리에 곤욕을 치른 게 처음이 아니라고 했다.

지난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이 확인되자 방역 당국은 방문 시간이 겹치는 이용객 명단 제출을 요구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명단을 제출하면 가게 이름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손님이 끊길 것을 우려해 직원들과 함께 밤을 새워 CCTV 등을 꼼꼼히 살펴 명단을 제출했다.

그러나 가게명은 공개됐고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모르쇠' 방역관리에 벼랑 끝 상인들 '분통'
업주는 "너무 힘든 시기에 간단히 확인만 해도 알 일을 영업정지 운운하며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떠맡겨 우는데 뺨 맞은 기분이다"며 "관계자들의 해명이나 사과도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영업시간 확대 발표를 번복한 탓에 피해를 본 자영업자도 있다.

지난 16일 대구시는 지역 실정을 고려해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오후 11시까지로 늘리는 '대구형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다.

이후 형평성에 대한 지적 등이 나오자 오후 9시까지로 환원해 논란이 일었다.

소상공인들은 당시 호소문에서 "오후 9시와 11시, 단 2시간이지만 우리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겐 생존권이 걸린 시간이다"며 "우리가 낸 세금으로 일하는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모르쇠' 방역관리에 벼랑 끝 상인들 '분통'
중구 동성로에서 저녁 장사 위주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업주는 "오후 11시까지 영업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한동안 닫은 가게 문을 열고 직원들을 불러 음식 준비까지 다 했는데 재료비만 난리고 월급을 못 받는 직원들에게 상처만 줬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시간 확대를 기대했다가 물거품이 되자 더는 견딜 수 없어 폐업을 택한 가게가 주변에 여럿 있다"며 "갈팡질팡 정책에 피해만 늘었다"고 했다.

클럽·유흥주점 등은 계속된 영업금지 조치에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 클럽 관계자는 "너무 오래 문을 열지 못해 죽을 맛이다"며 "조만간 업계에서 단체행동에 나설 움직임이 있다"고 했다.

유흥주점 등 영업금지 업소 관계자들은 이르면 다음 주 대구시청에서 생존권 보장 등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