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정근식 위원장은 위원회 출범 50일을 하루 앞둔 27일 진실화해위원으로 선출된 정진경 변호사가 성추행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데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 진실화해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위원 추천은) 국회 몫이었기 때문에 위원회 입장에서 왈가왈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2기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2월 10일 형제복지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접수하며 공식 출범했다.
국회는 위원회 출범보다 늦은 이달 8일 본회의를 열고 정 변호사를 국민의힘 추천 진실화해위원으로 선출했으나 곧바로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다.
이튿날 정 변호사는 일신상의 이유로 위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정 위원장은 "국회에서 그 사건을 계기로 위원들을 더 신중하게 선발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전화위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위원 선출이 아직도 마무리되지 못한 탓에 조사관 충원과 조사 개시도 늦어지고 있다.
정 위원장은 "출범 50일 가까이 됐지만 위원회 구성이 안 돼 업무에 차질이 있다"며 "국민과 한 약속이 지켜지지 못할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 중"이라고 했다.
이어 "시민들이 요구를 하면 빨리 응답하는 게 국가기관의 책무인데 딜레마에 처했다"면서 "위원장으로서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진실화해위는 2006∼2010년 조사 활동 후 해산한 1기 진실화해위의 뒤를 잇는 '2기 위원회'다.
1기에서 규명되지 않은 사건과 새로 드러난 인권침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게 2기의 역할이다.
전날까지 집계된 신청 현황에 따르면 2천178명이 과거사 1천347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청했다.
1기 출범 당시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신청 사건은 약 1.3배로 증가했다.
사건 유형별로 따지면 민간인 집단희생사건(1천30건)이 가장 많았고, 인권침해·조작의혹사건(125건), 적대세력 관련사건(111건)이 그 뒤를 이었다.
항일독립운동(7건), 해외동포사(11건), 확정판결사건(9건)도 있었다.
정 위원장은 "48일 만에 1천347건 접수는 국민들의 많은 기대를 보여주는 것이라 판단한다"며 "(1기와 2기 사이) 공백 10년간 국민들의 인권 감수성 커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기 때는 정치적 이념에 따른 공권력 피해가 주였다면, 2기 위원회는 사회적 인권의 문제가 커진 느낌"이라며 "전통적 의미의 정치적 인권과 자유권에 더해 사회적 인권 문제가 과거 역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인지 국민들이 질문을 던져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