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5년 차를 맞아 디지털 공정경제 분야에 정책 무게추를 두고 온라인 플랫폼 제재에 나선다.

다만 이 때문에 문 정부 국정과제이기도 했던 재벌개혁이 뒷순위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공정위의 2021년도 업무계획을 보면 공정위는 올해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행위 규율을 비롯해 디지털 공정경제 분야 과제를 전면 배치했다.

온라인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소비자 피해는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전자상거래법을 전면 개정한다.

구글을 상대로 한 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이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가 경쟁 운영체제(OS)를 탑재하는 것을 방해하고 경쟁 앱 마켓을 배제한 혐의에 대한 제재는 이르면 상반기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도 22일 현장 방문에서 "올해 업무계획은 디지털 시장 생태계에서의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디지털 분야에 정책 무게추…존재감 약해진 재벌개혁
반대로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겨냥한 대기업집단 제재는 올해 업무계획 3순위로 배치됐다.

2018년에는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경영권 편법승계로 이어지는 일감 몰아주기를 조사하고, 법을 엄정히 집행한다는 게 첫 순위 과제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그 해 11월 한 달 동안 태광, 대림, 금호, 하림그룹 등 4개 대기업집단에 대한 제재 절차에 연달아 착수하며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었다.

2019년도에는 부당 내부거래 사건 신속 처리, 지난해에는 대기업집단의 통행세 수취 행위를 시정하는 게 중점 과제 중 하나였다.

올해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제재 정책에는 급식·주류 등 국민 생활 밀접 업종 중심으로 부당 내부거래 시정과 함께 대기업집단 밖으로의 '일감 개방' 확산이 담겼다.

자율준수 기준을 만들어 대기업이 중소기업으로 일감을 나누게 유도하고 최우수 기업에는 직권조사 면제 등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이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일종의 유화책이다.

공정위의 이런 '변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산업구조 급변과 함께 수장 성향 차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주요 유통업체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이 2017년 35%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49%로 올라갔다.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행위와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오프라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수장의 성향도 문 정부 출범 초기와 다르다.

김상조 전 위원장이 재벌개혁에 주력했지만 조성욱 위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디지털 경제를 중시해왔다.

공정위는 재벌개혁을 뒷순위로 미룬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대기업집단을 감시하는 제도적인 기반이 마련됐다"며 "올해는 시행령을 정비해 앞으로 법이 잘 집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