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보라색’이 화제가 됐다.

미국 첫 여성·흑인 부통령인 해리스 부통령이 보라색 옷을 입어서다.

미 언론들은 “보라색은 여성과 소수 인종의 인권을 상징하는 색으로 통한다”며 1972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에 도전장을 낸 셜리 치솜이 선거운동 중 보라색을 사용했던 사례를 거론했다.

해리스가 보라색 옷을 입은 것은 치솜이 해리스의 정치적 여정에 영감을 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이날 취임식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보라색 계열 옷을 입었다. 미국에서 보라색은 통합의 의미도 지닌다.

보라색은 미국 민주당의 상징색인 푸른색과 공화당을 대표하는 붉은색을 섞을 때 나오는 색이라서 당파를 넘어 통합으로 나아가자는 뜻이 담겼다는 것이다.
바이든 취임식의 '보라색'으로 본 컬러마케팅
▷ 기사 보러 가기

■ 풀이와 비평

사람은 정보의 80%를 시각을 통해 얻는다. 시각이 정보 획득의 주요한 수단이다.

색채(color)는 사람의 시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시각기관이 물건을 관찰할 때 처음엔 색채감각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형체감각과 동일한 비중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약하면 색채가 시각의 중요한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수많은 기업들이 ‘컬러마케팅’ 전략을 이용한다. 펩시(Pepsi)는 경쟁업체와의 차별화를 위해 빨간색에서 벗어나 파란색을 선택한 것으로 유명하다. 유방암 재단은 유방암의 원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분홍색을 이용한 마케팅을 실행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선 주가 상승은 빨간색, 주가 하락은 파란색으로 표시한다. 증권맨들은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는다.

한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정치인들과 만날 때, 빨간색과 파란색이 아닌 다른 색 넥타이를 맨다. 여당(파란색)과 야당(빨간색) 중 어느 쪽 성향인지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 싶어서다.

코로나19를 헤쳐나가기 위해 어느 때보다 통합이 필요하다. 미국에선 보라색이 통합의 의미를 지녔다는데, 우리나라 고객들에게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하고 싶다면 어떤 색을 선택해야 할까.

마케터가 자신이 전하려는 메시지에 어울리는 컬러를 선택하려면, 왜 그 컬러인지에 대한 적절한 스토리텔링부터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