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에 잡히지 않는 확진자 발생…무리한 방역에 내부 불만
'확진자 0명' 인천 옹진군의 자화자찬…뒤에선 볼멘소리
최북단 서해5도를 관할하는 인천시 옹진군에서는 지금까지 방역 당국 통계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확진자가 이미 지역에서 발생했는데도 옹진군이 방역의 성과라며 '확진자 0명'을 과도하게 홍보하자 공무원 사이에서는 계속되는 방역 근무의 피로감 속에 볼멘소리도 나온다.

21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후 1년간 감염자가 1명도 발생하지 않은 지역은 전국 228개 시군구(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인천시 옹진군과 전남 장흥군 등 2곳뿐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옹진군에서도 이미 지난해 12월 확진자가 발생했다.

옹진군에 속한 북도면에서 보건지소 공무원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당시 보건지소와 인근에 있는 북도면사무소까지 한 때 폐쇄됐다.

지난해 3월 말에는 옹진군 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양성 반응을 보였고 군청에 비상이 걸려 장정민 옹진군수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다만 이들 확진자는 다른 지자체에서 검사를 받은 탓에 옹진군 통계에는 잡히지 않았다.

현재 방역 당국은 검사를 받은 지자체를 기준으로 확진자를 분류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옹진군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0의 비결은 예방 방역 강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방역의 성과라고 공치사를 했다.

옹진군 한 공무원은 "관내 섬에서 확진자가 벌써 나왔는데도 통계에 안 잡혔다는 이유로 '0명'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건 낯부끄럽다"며 "지자체가 방역을 철저히 하는 건 당연한 업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옹진군 직원은 "섬 주민과 관광객의 협조로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며 "언제 섬에서 감염이 확산할지 모르는데 '우리가 잘했다.

우리 고생했다'고 공치사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령도·연평도 등 100여개 섬으로만 이뤄진 옹진군은 섬끼리 서로 단절된 지리적 특성상 내륙 도시와 비교해 바이러스 차단에 유리한 환경이다.

인구는 인천의 웬만한 1개 동(洞) 인구에도 못 미치는 2만400명이 전부다.

물론 옹진군이 섬으로만 이뤄진 지리적 특성을 파악해 여객선이 출발하는 선착장을 지키며 방역 활동을 강화한 것은 사실이다.

옹진군은 지난해 2월부터 인천 연안여객터미널, 영종도 삼목 선착장, 경기 안산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 등 3곳에 여객선 승객들을 대상으로 체온을 측정해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부서별로 돌아가며 매일 오전 6시부터 온종일 방역 업무에 투입되다 보니 직원들의 피로가 쌓였고 내부에서 불만도 쏟아졌다.

이에 옹진군은 예산 1억1천만원을 들여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개월간 용역업체에 이 업무를 맡겼다.

그러나 용역업체 직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감시·감독을 하기 위해 또다시 공무원들을 투입하자 뒷말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옹진군 공무원은 "선착장 발열 체크를 용역업체에 맡긴다고 해 각자 기존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예전처럼 선착장에 나가서 용역업체 직원들을 감시하는 일을 또 하라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직원들의 불만이 많아 작년 11월에 용역업체와 계약해 발열 체크 등 업무를 맡겼다"며 "직원들이 용역업체를 감독하다가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이후에는 같이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