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술 대명사 코냑…왜 프랑스어 아닌 영어 이름 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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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욱의 호모 마시자쿠스
20여 년 전, 해외에 갈 때마다 면세 술 심부름을 해야 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사오라는 술의 명칭은 바로 X.O. 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때라 좋은지, 나쁜지도 모른 채 그저 심부름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X.O는 6년 이상 숙성한 프랑스 고급 코냑의 등급 표시. 좋은 코냑 한 병 사오라는 의미였다.
코냑은 프랑스 와인 주산지 보르도 북부에 있는 지역명이다. 기후와 토양 때문에 보르도만큼 좋은 품질의 레드 와인 생산은 어렵다고 판단, 유니 블랑이라는 청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고 이를 증류했다. 코냑의 시작이었다. 코냑은 코냑 지역에서 만든 포도 증류주로 한국에 비유하면 포천 막걸리를 그냥 ‘포천’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와인을 증류한 이유는 단순했다. 증류한 술은 높은 알코올도수로 나와 상하지 않는다. 유통기한이 없어 관리가 편하다. 세금도 도수에 비해 낮았다. 당시 술의 세금을 매기는 기준은 도수가 아니라 생산 물량이었기 때문이다. 한자 동맹 등 비즈니스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네덜란드인은 프랑스에서 만든 포도 증류주를 네덜란드와 영국에 수출했다. 코냑 지역의 샤랑트 강은 대서양으로 흘렀다. 영국과 네덜란드에 도착한 증류주는 물에 희석돼 판매됐다.
수출된 코냑의 명칭은 코냑산 브랜드바인(Brandewjin). ‘불에 구운 와인’이라는 뜻의 네덜란드어다. 나중엔 브랜디라고 불리게 됐다. 코냑은 프랑스보다 영국에서 더 사랑받는 술이다. 복잡한 프랑스어가 들어간 와인과 달리 코냑엔 간결한 영문이 많이 적혀 있다.
코냑에도 등급이 있다. 가장 먼저 만든 곳은 코냑의 대표주자 ‘헤네시’. 1818년 영국 웰스 왕자와 조지 왕 4세에게 헌상하는 특별한 코냑으로 V.S.O.P(Very Special Old Pale)라는 제품을 출하했다. 이후 1900년대에 들어오면서 코냑의 등급이 정립됐다. 기업마다 다소 표식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V.S(Very Special)는 2년 이상, V.S.O.P(Very Superior Old Pale)는 4년 이상, X.O(Extra Old)는 10년 이상 숙성한 제품이다. 15년 이상 숙성한 제품은 X.X.O(Extra Extra Old) 등급으로 표시한다.
코냑 시장에는 영국계 출신이 많다. 세계 코냑 시장의 39%를 차지하는 헤네시는 아일랜드 출신의 장교였던 리처드 헤네시가 만들었다. ‘마르텔’은 영국 해협 채널 제도의 저지섬 출신인 존 마르텔이 창업자다. 나폴레옹이 세인트헬레나섬으로 유배 갈 때 가지고 갔다는 코냑 ‘쿠루부아지에’는 1909년 영국에서 와인 및 증류주 사업을 하던 사이먼 가문이 인수했다. 이 기업들은 철저히 프랑스식을 따른다. 프랑스라는 브랜드를 활용해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루부아지에는 지금도 나폴레옹을 마케팅에 활용한다.
한 가지 여담. 한국에도 브랜드바인(구운 술)과 같은 어원을 가진 술이 있다. 소주다. 한자로 구울 소(燒), 술 주(酒)라고 쓴다.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하나는 최고급 술로, 다른 하나는 최저가 술로.
명욱 < 주류칼럼니스트 >
코냑은 프랑스 와인 주산지 보르도 북부에 있는 지역명이다. 기후와 토양 때문에 보르도만큼 좋은 품질의 레드 와인 생산은 어렵다고 판단, 유니 블랑이라는 청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고 이를 증류했다. 코냑의 시작이었다. 코냑은 코냑 지역에서 만든 포도 증류주로 한국에 비유하면 포천 막걸리를 그냥 ‘포천’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와인을 증류한 이유는 단순했다. 증류한 술은 높은 알코올도수로 나와 상하지 않는다. 유통기한이 없어 관리가 편하다. 세금도 도수에 비해 낮았다. 당시 술의 세금을 매기는 기준은 도수가 아니라 생산 물량이었기 때문이다. 한자 동맹 등 비즈니스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네덜란드인은 프랑스에서 만든 포도 증류주를 네덜란드와 영국에 수출했다. 코냑 지역의 샤랑트 강은 대서양으로 흘렀다. 영국과 네덜란드에 도착한 증류주는 물에 희석돼 판매됐다.
수출된 코냑의 명칭은 코냑산 브랜드바인(Brandewjin). ‘불에 구운 와인’이라는 뜻의 네덜란드어다. 나중엔 브랜디라고 불리게 됐다. 코냑은 프랑스보다 영국에서 더 사랑받는 술이다. 복잡한 프랑스어가 들어간 와인과 달리 코냑엔 간결한 영문이 많이 적혀 있다.
코냑에도 등급이 있다. 가장 먼저 만든 곳은 코냑의 대표주자 ‘헤네시’. 1818년 영국 웰스 왕자와 조지 왕 4세에게 헌상하는 특별한 코냑으로 V.S.O.P(Very Special Old Pale)라는 제품을 출하했다. 이후 1900년대에 들어오면서 코냑의 등급이 정립됐다. 기업마다 다소 표식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V.S(Very Special)는 2년 이상, V.S.O.P(Very Superior Old Pale)는 4년 이상, X.O(Extra Old)는 10년 이상 숙성한 제품이다. 15년 이상 숙성한 제품은 X.X.O(Extra Extra Old) 등급으로 표시한다.
코냑 시장에는 영국계 출신이 많다. 세계 코냑 시장의 39%를 차지하는 헤네시는 아일랜드 출신의 장교였던 리처드 헤네시가 만들었다. ‘마르텔’은 영국 해협 채널 제도의 저지섬 출신인 존 마르텔이 창업자다. 나폴레옹이 세인트헬레나섬으로 유배 갈 때 가지고 갔다는 코냑 ‘쿠루부아지에’는 1909년 영국에서 와인 및 증류주 사업을 하던 사이먼 가문이 인수했다. 이 기업들은 철저히 프랑스식을 따른다. 프랑스라는 브랜드를 활용해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루부아지에는 지금도 나폴레옹을 마케팅에 활용한다.
한 가지 여담. 한국에도 브랜드바인(구운 술)과 같은 어원을 가진 술이 있다. 소주다. 한자로 구울 소(燒), 술 주(酒)라고 쓴다.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하나는 최고급 술로, 다른 하나는 최저가 술로.
명욱 < 주류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