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오리 등 168만8천여마리 매몰…2016년, 2014년 다음
3㎞ 선제적 살처분 영향…가금류 많은 음성군 발생도 원인

이번 겨울 충북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은 3곳에 불과하지만 살처분된 가금류 마릿수는 유난히 많다.

충북 AI발생 3곳뿐인데…살처분은 역대 3번째로 많아
발생 농가 인근으로 AI가 번지는 '수평전파'를 막기 위해 반경 3㎞ 내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하라는 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인데, 매몰 처리된 마릿수가 2003년 첫 발생 이후 3번째로 많다.

가금류 사육 농가가 많은 음성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탓도 있는데, 날이 포근해지기 전까지는 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살처분 규모가 지금보다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11일 충북도에 따르면 이번 겨울 도내 3개 농가에서 AI가 확진됐다.

작년 12월 7일 음성군 금왕읍의 메추리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같은 달 22일 감곡면 종오리농장, 1월 5일 삼성면 종오리농장에서 확진된다.

이들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3㎞ 내에 있는 11개 농가의 가금류는 '음성'으로 확인됐지만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됐다.

발생 농가를 포함해 살처분된 14개 농가의 가금류는 168만8천여마리에 달한다.

종류별로 따지면 닭 94만5천여마리, 메추리 71만9천여마리, 오리 2만2천여마리이다.

살처분 마릿수를 기준으로 할 때 AI가 처음 발생한 2003년 이후 3번째로 큰 규모이다.

충북 AI발생 3곳뿐인데…살처분은 역대 3번째로 많아
피해가 가장 컸던 때는 H5N6형과 H5N8형 바이러스가 동시에 퍼졌던 2016년 1∼12월이다.

당시 85개 농가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391만9천여마리가 살처분됐다.

다음으로 살처분 규모가 컸던 때는 2014년 1∼4월이다.

당시 진천의 오리 사육 농가에서 AI가 발생한 후 4개월간 58개 농가의 가금류 180만9천여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번 겨울을 제외하고 역대 3위를 기록했던 때는 35개 농가의 가금류 70만8천885마리가 살처분된 2015년 2∼3월이다.

AI가 마지막으로 터졌던 2018년 3월까지는 반경 500m나 800m 안쪽 위주로 살처분이 이뤄졌고 이보다 넓은 반경 3㎞ 내 살처분은 지방자치단체의 판단에 따라 추진됐다.

그러나 이번 겨울에는 3㎞ 내 농가를 대상으로 한 선제적 살처분이 지침으로 정해지면서 살처분 규모가 커졌다.

한 달 조금 넘는 기간에 3개 농가가 확진됐을 뿐인데, 11개 농가 가금류 살처분이 추가되면서 2015년 살처분 규모를 138%(97만5천564마리)나 웃돌아버렸다.

충북 AI발생 3곳뿐인데…살처분은 역대 3번째로 많아
AI 발생이 가금류 밀집 사육지역인 음성에 집중됐다는 점도 살처분 규모가 커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도내에서는 553개 농가가 2천700만마리의 가금류를 사육하고 있는데, 농가 수를 기준으로 할 때 27.3%(151개 농가), 마릿수를 기준으로 할 때 32.1%(867만5천마리)가 음성에 몰려 있다.

충북도는 AI 바이러스 전파력이 큰 오리를 겨울철에 사육하지 않는 농가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오리 휴지기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덕분에 바이러스가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는 수평전파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도 관계자는 "수평전파가 잦았던 과거와 달리 올해에는 야생조류가 많아진 상황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수평전파 차단과 조기 종식을 목적으로 매몰 처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다 보니 살처분 마릿수가 많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