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백 의원은 “법 시행 결과를 보며 개선점이 있으면 개정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잠재적 범죄자가 돼 ‘탈(脫)한국’까지 고민하는 기업인들에게는 한가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처벌 대상이 되는 대표이사 및 안전담당 임원 구인난이 벌어지는 등 벌써 부작용이 현실화한 판국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어려운 법안을 여야 합의로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이낙연 대표)고 자화자찬하고 있으니, 기업인들이 “코로나 사태만 잠잠해지면 베트남으로 떠나겠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문제는 이번 본회의 통과 법안 가운데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운 졸속 법안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화물차와 오토바이만 택배·배달 운송 수단으로 인정한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제정안(생물법)과 ‘정인이 사건’이 이슈화된 지 1주일 만에 뚝딱 통과시킨 아동학대처벌법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정인이법)이 그렇다. 생물법은 화물노조 요구에 부응해 드론·전동 킥보드 등을 택배 운송 수단에서 빼버렸다. 이대로라면 ‘제2의 타다법’이 돼 관련 신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인이법도 ‘1년에 두 차례 이상 학대 신고가 접수된 아동은 부모와 즉시 떼어놔야 한다’는 내용이 “아동쉼터 포화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정인이법의 문제점을 담은 의견서를 국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전문가들과 현장의 우려를 무시하고 통과된 임대차보호법, 기업규제 3법 같은 졸속 입법들이 여지없이 국민들 삶과 경제 전반에 고통과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 그런데 여당은 이것으로 모자라 내달 국회에서 전통시장 활성화와 별 상관 없는 복합쇼핑몰 영업제한 법안까지 강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포퓰리즘에 기반한 졸속 입법이 더 이상 있어선 안 된다. 이념·허상에 갇혀 현실과 괴리된 법안을 쏟아내는 것이야말로 혼란을 가중시키는 진짜 ‘중대재해’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