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4차 재난지원금’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중론’을 펴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홍 부총리는 어제 KBS에 출연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에 대해 “시기상조이며, 지급하더라도 선별 지급이 바람직하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홍 부총리의 언급은 전적으로 타당하며, 재정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경제팀장’으로서 꼭 해야 할 말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및 여당 의원들이 연초부터 밀어붙여온 ‘전 국민 일괄 지원금’은 ‘선거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코로나 피해 정도가 산업·계층·직종별로 엄연히 다르고, K자형 양극화로 ‘코로나 격차’가 심화되는 판국에 모든 국민에게 일괄·균등하게 현금을 살포하는 지원 방식은 그 문제점을 거론하기에 입이 아플 정도다.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전 국민 지원금 배포를 강행했을 때부터 계속됐고,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소비진작 효과도 없었다는 보고서까지 냈다.

문제는 홍 부총리가 이런 소신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행정부처를 우습게 여기며 독주해온 슈퍼 여당의 행태가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홍 부총리 스스로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구나 지금 같은 정부·여당 역학구도에선 합리적이고 옳은 판단일지라도 계속 유지하려면 강한 뚝심과 용기가 필요하다. 홍 부총리는 앞서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 전 국민 지급에 문제를 제기했다 물러섰고, 부동산 감시·감독기구 신설 때도 반대 의견을 냈지만 뒤에는 슬며시 입을 닫아버린 적이 있다. 그런 과오를 되풀이해선 곤란하다.

그래도 홍 부총리에게 기대를 갖는 이유는 “정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는 언급에 있다. 경제부총리로서 당연이 했어야 할 말을 이제야 듣게 돼 만시지탄이지만, 지금부터라도 당연한 이 이치를 모든 정책에 엄격히 적용하기 바란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산하 공공기관에도 적용할 ‘나라살림의 제1원칙’이 아닌가. 추가 재난지원금은 모두 적자국채로 조달해야 하는 처지에서 국가신용등급에 미칠 악영향과 미래세대가 짊어질 부담도 봐야 한다는 점은 ‘국민 상식’이다. ‘화수분’ 언급이 추가 재난지원금을 조성·지급하더라도 최소한 전 국민 일괄 살포는 막겠다는 의지와 다짐이기 바란다. 정책 책임자 말은 관전자들과는 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