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기관 매체 "상처입은 미국 민주주의"…트럼프 우회 비판
교황청의 '입'으로 통하는 매체가 미국 의회 폭동 사태를 '트럼프주의'(Trumpismo)와 연결 지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교황청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는 7일(현지시간) 발간한 지면에서 '워싱턴: 상처 입은 민주주의'(Washingtom: democrazia ferita)라는 제목으로 1∼3면까지 3개 면에 걸쳐 이번 사태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일은 무엇보다 정치가 개인의 책임, 특히 분열적 선동으로 수천 명의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는 권력자의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준다"고 짚었다.

또 이러한 '반란'이 작년 11월 3일 대선 이후 아무런 근거 없이 제기된 부정 투표 음모론과 깊은 관련이 있다면서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민주주의 제도를 수렁에 빠뜨린 트럼프 대통령의 무책임함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국가를 양극단으로 갈라놓은 '트럼프주의'가 미국 정치계에 깊은 생채기를 남길 것이며, 공화당도 균형이 무너지며 분열될 운명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문은 민주주의 시스템이 광범위하게 잘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민주주의는 보호돼야 할 '허약한 자산'이라면서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데 있어 첫 단계는 규칙의 준수와 정권교체의 생리적 역동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탈리아공화국 헌법 창시자 가운데 하나인 피에로 칼라만드레이가 1952년에 쓴 "민주주의라는 경기의 공정성은 결국 패배하는 법을 깨닫는 것에 있다"라는 격언을 소개하며 워싱턴에서 발생한 일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문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