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권한 높아졌지만…잇단 실책에 경찰 불신감 고조
고개 숙인 경찰청장…수사권 조정 원년에 위기 느낀 듯
김창룡 경찰청장이 6일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새해 초부터 경찰에 대한 불신이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생후 16개월 입양아가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것으로, 사망 당시 3차례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경찰에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담당 경찰관들 징계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했던 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지난 2일 재조명했다.

이에 양부모는 물론이고 경찰을 향한 사회적 공분이 폭발했다.

실제로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아동학대 방조한 양천경찰서장 및 담당 경찰관의 파면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게시 하루 만에 정부의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관련 소식을 다룬 인터넷 기사에는 경찰을 강하게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이 같은 상황은 경찰이 1945년 창설 이래 76년 만에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위상이 수직으로 상승한 것과 오버랩되면서 경찰에 대한 불신감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경찰법 개정에 따라 경찰은 국가·수사·자치 경찰로 나뉘었고,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운전기사 폭행'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게 내사를 종결하고,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신고를 받고도 적절치 조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가 이어졌다.

이는 경찰이 높아진 위상과 권한에 걸맞은 역량을 갖췄느냐에 관한 의구심까지 낳게 했다.

불과 며칠 전 신년사에서 "2021년을 '국민 체감 경찰 개혁'의 원년으로 삼아 확연히 달라진 경찰 모습을 국민께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던 김 청장은 여론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김 청장은 "서울 양천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숨진 정인양의 명복을 빈다"며 "학대 피해를 본 어린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초동 대응과 수사 과정에서 미흡했던 부분들에 대해 경찰 최고 책임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엄정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바탕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경찰의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전면 쇄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김 청장의 사과에도 경찰을 향한 비난과 정인이를 추모하는 사회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청이 이날 출입 기자단에 '경찰청장의 사과 브리핑을 하겠다'고 공지했다가 취소한 뒤 다시 번복하면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고개 숙인 경찰청장…수사권 조정 원년에 위기 느낀 듯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