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개장 태백 지지리골 탄광 마을 체험장 흉물 방치
"9년간 86억 투입했는데…" 강원 탄광지역 주민창업 결과는
2013년 여름 강원 태백시 상장동 지지리골에 과거 광부의 삶을 조명하는 체험장이 문을 열었다.

지지리골은 과거 탄광 마을이었고, 체험장은 마을 발전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최근 체험장의 모습은 애초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으로 단장한 체험장의 담은 쓰러져 있었고, 동화를 접목한 아이들 체험시설도 흉물로 방치돼 있었다.

개장 당시 울긋불긋한 색상으로 아름답게 꾸민 옛 광부 사택의 벽은 바래서 회색으로 다시 변했다.

연탄 비누, 꽃차 등을 만들던 공간은 의자, 거울, 종이상자 등 사용하다 버린 생활용품이 차지하고 있었다.

강아지도 만원권 지폐를 물고 다녔을 정도로 호황이었던 과거 탄광지역 풍요를 상징하던 캐릭터 만복이의 색칠은 하루가 다르게 퇴색하고 있었다.

지지리골 한 주민은 "개장하고 나서 3∼4년 정도 지나서 운영이 중단된 것으로 기억한다"며 "돈도 많이 들어간 것으로 아는데, 체험장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9년간 86억 투입했는데…" 강원 탄광지역 주민창업 결과는
"9년간 86억 투입했는데…" 강원 탄광지역 주민창업 결과는
◇ 2012년 시작…폐광지에 협동조합 등 창업 봇물
이 체험장은 강원도의 탄광지역 주민창업 지원 사업 중 하나다.

체험장을 설립·운영하는 A 협동조합은 '태백 전설과 함께하는 캐릭터 이야기'로 2013년 탄광지역 주민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태백시 관계자는 "A 협동조합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탄광지역 주민창업 지원 사업비를 받았다"며 "애초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내부 문제로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탄광지역 주민창업 지원사업의 목적은 탄광지역 주민의 실질적인 소득 창출이다.

재원은 강원랜드가 폐광지역의 관광진흥 및 지역개발을 위해 내는 폐광지역 개발기금이다.

강원도는 2012년 탄광지역 주민창업 지원사업 시작 이후 2020년까지 9년간 총 173개 업체에 총 86억5천만원을 지원했다.

지원 업체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이다.

"9년간 86억 투입했는데…" 강원 탄광지역 주민창업 결과는

◇ "강원도와 주민 모두 혹독한 자기반성 필요"
그러나 예산 지원을 통한 폐광지역 주민창업 지원사업이 주민 소득 창출이라는 사업 목표를 달성하고 있느냐에 대해서 의문도 제기됐다.

김주영 희망태백21 회장은 "강원도는 물론 주민들도 그동안 실질적 일자리와 소득의 창출보다는 창업을 위한 창업에 소중한 재원인 폐광지역 개발기금을 낭비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혹독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지원 이후 폐광지역에서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사회적 경제기업이 봇물 터지듯 창업 중이다.

지난 한 해 태백지역에서만 협동조합 18개, 예비사회적기업 6개, 사회적 협동조합 1개 등 총 25개의 사회적 경제기업이 생겼다.

태백시 관계자는 4일 "사업비 보조에 따른 성과 분석 등 실태조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사업비 지원과 관리·감독의 이원화 등으로 말미암은 현실적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9년간 86억 투입했는데…" 강원 탄광지역 주민창업 결과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