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송동면 한우 수해 트라우마 딛고 새끼 낳아…일부 송아지 폐사
"부상 소들 대부분 상처 치유…걱정했던 것보다 잘 자라 다행"
여름 폭우때 '지붕위 대피' 소 새끼 출산…소때해 맞아 무럭무럭
"지난 여름 폭우 때 많은 소가 흙탕물에 잠기고 상처가 나 무사히 새끼를 낳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잘 버텼습니다.

수해 직후 태어난 송아지가 어미 젖도 잘 먹고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
전북 남원시 송동면에서 한우를 키우는 김종화(60) 씨는 어미 배에 코를 묻고 젖을 빠는 송아지를 대견한 듯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소띠 해'인 신축년 첫 공식 업무가 시작되는 4일 김씨 축사에는 지난해 8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해를 딛고 태어난 송아지가 어미 곁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이 수송아지는 수해 두 달여 뒤인 지난해 10월 태어났다.

여름 폭우때 '지붕위 대피' 소 새끼 출산…소때해 맞아 무럭무럭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당시 섬진강 둑이 무너지며 송동면 일대 주택과 축사는 물에 잠기거나 천장까지 물이 들어찼다.

갑작스런 물에 휩쓸린 소들은 살아남기 위해 헤엄을 치며 주택이나 축사 지붕, 제방 위 등으로 올라가 대피했다.

마을 뒷산으로 피하거나 전남 곡성까지 떠내려간 소도 있었다.

김 씨를 비롯한 주민들과 축협 직원들은 마을 곳곳을 돌며 소를 구조했고, 귀에 붙은 표식을 보고 각 축산농가에 인계했다.

이 어미 소도 당시 축사 지붕으로 헤엄쳐 올라갔다가 주민들에 의해 힘겹게 구조된 소 중 하나다.

어미 소는 새끼를 밴 상태로 물살에 휩쓸리며 흙탕물을 마셔 면역력이 약해지고 구조되는 동안 며칠을 굶었을 텐데도 무사히 출산해 주변을 훈훈하게 했다.

당시 또 다른 소들이 송아지 4마리를 더 출산했지만, 3마리는 얼마 못 가 폐사했다.

그러기에 김 씨에게 이 수송아지는 더 대견하고 소중한 존재이다.

김 씨는 "소들이 수영해 축사나 주택 위로 올라갔다가 지붕이 무너져 폐사하거나 구조된 뒤에도 시름시름 앓다 죽은 소가 많았다"며 "수해를 딛고 태어난 송아지가 더디지만 잘 자라고 있다"며 기뻐했다.

여름 폭우때 '지붕위 대피' 소 새끼 출산…소때해 맞아 무럭무럭
김 씨는 마을을 집어삼킨 물이 빠져나간 뒤 몇 개월간 축사에 살다시피 하며 무너진 축사를 정비하고 소를 보살폈다.

소가 사료를 잘 먹고 있는지, 코에서 이물질이 나오거나 다리를 다쳐 절뚝거리지는 않는지 등을 세심히 살폈다.

이제 축사에 남은 소는 150여 마리. 수해 전과 비교해 절반에 불과하고 여전히 축사 한 동은 수리를 끝내지 못했지만 김 씨는 올봄 출산을 앞둔 소를 생각하며 힘을 내고 있다.

그는 "수해 탓에 개월 수와 비교해 몸집이 작은 소도 있고 치료가 조금 더 필요한 소도 있다"면서도 "소를 키운 25년 동안 이렇게 큰 피해는 처음이라 지난해에는 정말 막막했는데 힘을 내 남은 소를 보살피고 있고, 소도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가 폐사하고 농기계가 고장나는 등 10억원 정도의 피해가 있었는데, 보상은 한참 못 미쳤다"면서 "여전히 수자원 공사의 물관리 책임 규명 등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은 만큼 하루빨리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송동면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수해 당시 축사 농가 8곳에서 기르던 소 750마리 중 300여 마리가 폐사하고, 구조된 소 중 70%가 넘는 소가 병에 걸려서 긴급 도축됐다"며 "현재는 농가들이 복구에 힘쓰며 소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 폭우때 '지붕위 대피' 소 새끼 출산…소때해 맞아 무럭무럭
송동면에 이웃해 있는 남원시 금지면 일대에서도 소들이 튼튼하게 자라고 있다.

임모(72) 씨는 지난해 폭우로 키우던 소 4마리를 잃었고, 힘겨운 노력 끝에 나머지 26마리의 소를 구조했다.

당시 구조된 소들은 축사 철골 구조물에 다리를 부딪치고 긁혀 몸 곳곳이 상처 투성이었다.

임 씨는 "주사를 놓고 꾸준히 약을 발라주며 치료를 한 끝에 현재는 대부분 상처를 회복했다"며 "걱정했던 것보다 잘 자라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