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은 필연…예능에 스토리텔러 필요하지만 사전 검증해야"
'설민석 사태'로 드러난 방송사 교양형 예능의 '부실' 문제
스타 강사 설민석(50) 씨가 역사 왜곡 논란에 이어 논문 표절 의혹으로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면서 방송사들의 교양형 예능 제작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대표적인 에듀테이너인 설 씨는 연세대 교육대학원을 통해 학사 전공과 다른 길을 선택, 한국사 강사의 길로 들어섰다.

타고난 입담에 명쾌한 강의로 수강생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던 설 씨는 새 얼굴을 찾던 방송가에도 발탁됐다.

방송가에서는 대환영이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의 표현처럼 "연기도 되면서 무언가 '쾌도난마' 하듯 모든 걸 한 번에 딱 정리해 보여주는 사람"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탁월한 능력으로 설 씨는 MBC TV '선을 넘는 녀석들'과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등 역사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수년간 활약해왔다.

그러나 자신의 전공인 한국사를 넘어 TV 안팎에서 세계사와 음악사 등 다른 분야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부족한 지식이 노출됐고, '진짜 전문가'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표면적으로는 예능으로 편성됐지만 정보 전달 성격이 짙은 프로그램들에 출연하고 있었기 때문에 프로그램 신뢰도 역시 추락했다.

새로운 아이템이나 인물을 발굴하기보다 기존에 스타성을 인정받은 한 사람에게 프로그램을 '홀랑' 내맡겼던 방송사들은 위기에 처했다.

사전 검증 없이 '편승 전략'을 취하는 방송사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설민석 사태'는 얼마든지 재현될 여지가 있다.

설 씨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앞서 교양형 예능 트렌드의 시작을 알린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했던 유시민 작가나 정재승 교수 역시 일부 정보 전달에서 오류가 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9일 통화에서 "설 씨의 경우 교양적 정보를 예능으로 재밌게 알려주는 스토리텔러였다.

하지만 완전한 전문가라고 볼 수는 없기에 그런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감수나 자문이 철저해야 했다.

그것에 실패해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방송가도 방송인에 대한 사전 검증이 필요해지지 않았나 싶다"며 "특히 지식을 알려주는 인물이라면 지식과 관련된 능력 등은 분명히 검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도 "이번 사태는 필연적이었다.

특히 역사는 100% 오류가 없을 수는 없지만 가장 신빙성 있는 가설이 존재하므로 그를 입증하고 설명하려는 노력과 공이 필요하다.

하지만 방송가는 설 씨를 이야기꾼으로만 활용했고, 검증의 책임은 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