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매체 '뽑기식 판매' 단속 요구에 시총 1조7천억 감소
게임산업도 된서리 경험…급브레이크식 규제에 투자자 '날벼락'
중국의 젊은 'Z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급성장하던 피규어 업체 팝마트(POPMART·泡泡瑪特)가 중국 관영매체로부터 도박 심리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위기에 처했다.

중국 정부가 강력한 규제 칼날을 대면서 알리바바 시총이 두 달 새 약 220조원가량 증발한 데 이어 또다시 중국에서 '정부 리스크'가 불거지는 모양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홍콩 증시에서 팝마트 주가는 9.92% 하락한 77.64홍콩달러로 마감했다.

이로써 팝마트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만 120억 홍콩달러(약 1조7천억원)가량 줄어들었다.

29일 오후 3시 30분(현지시간) 현재 이날도 팝마트 주가는 1%대 하락 중이다.

지난 11일 상장 이후 줄곧 급등하던 팝마트 주가가 크게 흔들린 것은 중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매체인 관영 신화통신의 '저격' 탓이었다.

신화통신은 지난 25일 '상자에 담긴 기대-블라인드 상자 소비를 들여다본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 피규어를 블라인드 박스에 담아 파는 팝마트의 경영 전략이 도박 심리를 부추겨 기형적 소비를 유도한다고 비난하면서 당국이 블라인드 박스 판매 모델을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팝마트는 캐릭터 '몰리'를 비롯해 자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여러 캐릭터를 형상화한 피규어 제품을 판다.

일반적으로 한 시리즈마다 12가지 디자인 제품을 파는데 소비자들은 박스에 담긴 제품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 제품이 나올 때까지 한 시리즈 제품을 여러 개 구매하는 일이 잦다.

희귀 제품은 온라인에서 많게는 수십배의 가격에 팔리기 때문에 고객들의 구입 욕구를 더욱 자극하기도 한다.

블라인드 상자를 이용한 마케팅은 이를 재미로 느끼는 중국의 Z세대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었고 팝마트의 연 매출 규모는 17억 위안(약 2천850억원)까지 커졌다.

기본적으로 완구 업체로 분류되지만 막상 중국 대도시 곳곳의 오프라인 매장에 가보면 보이는 고객은 대부분 '젊은 어른'들이다.

팝마트는 이달 들어서는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에만 주가가 80% 가까이 치솟으며 금세 시총이 10조원을 훌쩍 넘기는 기업으로 도약했는데 관영 매체가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의 정당성에 의문을 정면으로 제기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개혁개방 노선을 견지하는 가운데 관(官)의 개입을 줄이고 시장의 자율성을 키워나간다는 원칙을 수시로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정부의 규제 힘이 시장을 압도하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느닷없이 돌출한 정부의 규제 리스크로 투자자들이 피할 겨를도 없이 큰 피해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임 산업도 대표적으로 중국 당국의 규제로 한동안 침체기를 맞았던 산업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8년 돌연 게임 산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1년 가까이 영업 허가인 판호(版號) 발급을 전혀 하지 않아 외국 업체들은 물론 텐센트, 넷이즈 등 중국 대형 게임 업체들이 오랜 기간 고전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