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변 장관은 어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17명)이 찬성해 야당 동의 없이 대통령이 임명한 26번째 장관이 됐다.

여당은 “변 장관이 12차례나 사과를 했고, 의미 있는 의혹도 나오지 않았다”며 임명 당위성을 강변했지만,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당장 국민의힘이 변 장관을 공기업 사장 시절 직원 블랙리스트 작성 및 부정채용 혐의로 형사고발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의 집값 상승률이 14년 만에 최고(KB부동산 기준 8.3%)를 기록할 정도로 엄중한 상황에 변 장관에 대한 법적·도덕적 논란이 계속되면 장관직 수행을 본격화하기도 전에 신뢰를 잃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과잉규제를 풀어 친(親)시장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에 되레 ‘조지스트’(19세기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 추종자)를 자처하는 인사가 국토부를 지휘하게 됐다는 점이다. 헨리 조지는 빈부 격차를 막기 위해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모두 세금으로 거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정책과 개발이익환수제의 이념적 토대다.

변 장관이 청문회에서 ‘1가구 1주택 보유·거주’를 정책 기본원칙으로 명시하는 여당 의원입법에 찬성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3기 신도시에서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는 ‘공공자가주택’ 실험을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조지스트들은 헨리 조지가 “토지가치를 높이는 인간의 노동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을 오독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헨리 조지보다 전체 혹은 대부분의 토지 소유권은 국가가 갖고, 사용권만 국민이 갖는 중국 및 싱가포르 제도를 추종하는 것”이란 견해도 경제학계에서 제기된다. 이들이 정책결정자가 돼 밀어붙인 규제가 집값 급등을 부른 선례도 수두룩하다. ‘좌장’ 격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있었던 노무현 정부 시절 집값 상승률이 사상 최고(2006년 11.6%)를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실상이 이런데도 때맞춰 자칭 ‘어용 친여’ 인사까지 “땅 매매로 부자 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며 헨리 조지를 다시 소환했다. 무주택자들의 고통은 극에 달했는데 100여 년 전 인물을 끌어내 정책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럴 거면 국토부 장관을 왜 바꾼 것인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