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주장하는 조계종이 소송 자격 있는지 심리해야"
전남 순천 야생차체험관 철거 소송…대법 "다시 재판"
대법원이 24일 전남 선암사 인근 순천시 전통야생차체험관을 철거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이날 대한불교 조계종 선암사가 순천시를 상대로 낸 건물철거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원고 패소 취지로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실제 점유자인 한국불교 태고종 선암사의 반대에도 건물 철거 소송을 제기한 조계종 선암사에 소송 자격이 있는지와 관련한 심리가 미진했다고 판단했다.

선암사 부지에 건립된 전통야생차체험관은 순천시가 2007년 10월부터 운영 중인 명소 중 하나다.

순천시는 2004년 3월 당시 선암사 부지를 점유 중인 태고종 선암사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을 받고 체험관 건립을 추진했다.

건물은 국비 18억원·시비 26억원이 투입된 끝에 완성됐고 순천시는 2008년 4월 소유권 이전 등기도 마쳤다.

하지만 선암사 부지의 등기부상 소유자는 토지 사용을 허락한 태고종 선암사가 아닌 조계종 선암사였다.

이런 이유로 체험관 건립 당시 조계종 선암사는 선암사 부지를 점유한 태고종 선암사와 분쟁 중이었고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사찰은 순천시장이 관리하고 있었다.

양측은 2011년 2월 재산권 보호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합의한 뒤에야 재산관리권을 순천시장으로부터 공동 인수할 수 있었다.

재산관리권을 인수한 조계종 선암사는 같은 해 6월 순천시가 동의 없이 선암사 부지에 건물을 세웠다며 체험관 철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전남 순천 야생차체험관 철거 소송…대법 "다시 재판"
1심은 등기부상 소유자인 조계종 선암사가 토지의 실질적인 소유자로 추정된다며 조계종 선암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순천시의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한 태고종 선암사는 재산권 관련 사항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한 만큼 조계종 선암사가 혼자 제기한 소송은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계사 선암사 측이 수년간 체험관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태고종 선암사와 분쟁 과정에서 소송을 제기해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순천시 측은 항소했지만 2심은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재판부는 조계종 선암사가 건물 철거 소송을 낼 수 있는 '당사자 능력'이 있는지에 관한 심리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찰의 등기부상 소유는 조계종 선암사이지만 오래전부터 태고종 선암사가 점유하고 있었고, 신도들도 대다수 태고종에 속해있다는 점에서 현재 선암사가 실질적으로 태고종 소속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조계종과 태고종이 오랜 기간 분쟁 중인 선암사의 소유자는 실제 모습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