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가 2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힘없는 지방정부에 부담을 전가하지 말라"며 "아무리 '기재부의 나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기재부 정책을 비판했다고 사감(사적감정)으로 정부기관 간 공식 합의를 마음대로 깨지는 않을 것"이라고 저격했다.

이재명 지사의 "전쟁 중 수술비를 아끼는 자린고비" 지적에, 홍남기 부총리가 "흔들리지 않는다"고 반응하자 또다시 저격에 나선 것이다.

이재명 "예산삭감은 재정정책 공방과 무관"

이재명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기관 간 공식 합의는 존중돼야 하고, 국고를 아끼려고 국가사무비용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은 처사"라며 "(정부와 경기도 간) 합의에 따라 광역버스 예산을 절반이나마 부담해주도록 홍 부총리께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무리 '기재부의 나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소불위라지만, 홍 부총리님이나 기재부 관료들이 기재부 정책을 비판했다고 사감으로 정부기관 간 공식합의를 마음대로 깨지는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광역버스 요금 인상에 따른 국고 지원 예산을 기재부가 삭감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재명 지사는 "고도성장시대의 추억, 경제활성화나 양극화 완화보다 국고지기 역할에 경도된 사명감, 재정균형론과 국채죄악론에 빠져 어떤 가치보다 국고 보전이 중요하다는 그릇된 확신을 가지고 비록 수백억원에 불과하지만 일방적 합의파기에 의한 정부체신 손상을 감수해 가면서 힘없는 지방정부에 그 부담을 전가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지사는 "2019년 5월 버스기사 52시간제 시행을 위한 버스요금 인상 요구에 도는 반대했는데, 정부(국토부)와 여당(민주당)이 광역버스를 국가 사무로 전환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며 강력히 요구해와 부득이 요금을 인상했다"며 "요금 인상이 끝나자 이번에는 '비용 절반은 경기도가 내라'고 요구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는데 기재부는 이 합의마저 깨고 종전처럼 30%만 부담하겠다, 즉 (기존에도 정부 부담이 30%인 것을 고려하면) 추가 부담은 못 하겠다며 합의된 예산을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도민에게 비난받으면서 아무 대가도 없이 버스요금을 올리고, 광역버스 관리 권한도 빼앗기는 결과가 됐다"며 "정부기관 간 공식 합의를 다른 정부기관이 마음대로 뒤집는 상식 밖의 사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지사는 "정부 일원으로서 경기도지사도 경기도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다"며 "상식과 정부 간 공식 합의를 부정한 기재부의 광역버스 예산 삭감은 재정정책을 둘러싼 공방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이재명 지적에 "사소한 지적에 안 흔들려"

전날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남기 부총리를 겨냥해 "경제 관료로서의 자질 부족을 심각하게 의심해 봐야 한다"는 저격 글을 올렸다. 홍남기 부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한국의 재정적자가 주요 선진국보다 적다는 통계를 강조한 것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뉴스1
이에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여후석 풍불능이 지자의중 훼예불경(譬如厚石 風不能移 智者意重 毁譽 不傾)이란 말이 있다"며 "두텁기가 큰 바위는 바람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듯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라는 글을 올려 맞받아쳤다.

그는 "어제 기재부와 저의 업무에 대해 일부 지나치게 폄훼하는 주장을 듣고 제가 가톨릭 신자이지만 문득 법구경 문구가 떠올랐다"며 "위기극복과 경제회복을 위해 곁눈질할 시간,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이와 관련 앞으로 더 이상의 언급이나 대응은 없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