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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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제기한 반(反)독점 소송에 휘말린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전면 반박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구글은 워싱턴DC의 연방법원에 법무부의 소송 제기 내용을 반박하는 42페이지 분량의 답변서를 전날 제출했다.

법무부는 구글이 검색엔진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타사 앱의 선탑재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자사 앱이 선탑재된 스마트 폰이 판매될 수 있도록 애플 등 제조업체에 수십억 달러를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구글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원한다면 구글에서 타사 검색 앱으로 쉽게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반박했다.

또한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선탑재를 위한 비용을 지불한 것은 소비 용품 제조업체들이 상품 진열대의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슈퍼마켓에 돈을 내는 것과 비슷하다고도 주장했다.

구글은 검색 엔진 시장에서 수위를 지키는 것 역시 기술의 우수성 때문이지 타사의 영업을 방해했기 때문이 아니라고도 했다.

구글은 답변서에서 "사용자들이 인터넷 세계의 각종 정보에 효율적으로 접근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검색 엔진을 개발하고 꾸준하게 혁신했다"며 "소비자들이 구글을 사용하는 것은 대안을 쉽게 찾을 수 없어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구글이 반독점 소송에서 첫 답변서를 제출했지만,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재판부는 오는 2023년 전까지는 이번 반독점 소송의 공판기일이 예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구글은 선탑재 문제 이외에도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구축해 소비자와 광고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의 반독점 소송도 당한 상태다. 뉴욕주(州) 등 원고 측은 법원에 법무부 소송과 자신들의 소송을 병합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구글이 과거 페이스북과 반독점법과 관련 정부 조사를 받을 경우 서로 협조하자는 밀약을 맺은 사실도 확인되며 논란이 예상된다. 양사는 미국 디지털 광고시장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입수한 텍사스주(州) 등 10개 주 정부가 지난주 구글에 대해 제기한 반독점 소송 관련 서류 초안에 따르면 구글과 페이스북은 2018년 모바일 앱 광고 시장에서 경쟁을 회피하자고 합의한 뒤 계약서에 반독점법에 대한 협조 문제도 명시했다.

이에 따르면 양사는 반독점법 문제가 제기되면 양사는 서로 협력·협조하고, 정부의 조사를 받게 된 경우엔 나머지 회사에 신속하게 관련 정보를 알려준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함께 초안에는 소송 제기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양사의 계약 규모도 적시됐다. 페이스북은 계약 4년 차부터 매년 최소 약 550억원(5억달러)를 구글 온라인 광고 경매에 지출하고, 구글은 페이스북에 일정 비율 이상의 낙찰을 보장키로 했다는 것이다.

구글에 대한 10개 주의 반독점 소송 소장에 따르면 페이스북 측은 이 협정이 반독점 조사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페이스북은 이 계약에 대해 구글과 직접 경쟁 시 예상되는 지출을 고려하면 '비교적 싼 편'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구글 측은 "반독점법 관련 조사를 대비한 기업들의 협약은 흔히 볼 수 있는 관행"이라며 "구글과 페이스북의 협약은 비밀이 아니었고, 페이스북을 특별히 대우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