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늦깎이 대학원생 1천만원 기탁 "가난은 잘못 아니야"

졸업 앞두고 장학금 출연 "손자들에게 나누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

60세가 넘어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여성이 부산대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아껴서 모은 1천만원을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내놨다.

부산대는 대학원 석사과정인 경제통상대학원 글로벌정책전공 19학번인 방경자(71세) 씨가 장학금 1천만원을 기탁했다고 22일 밝혔다.

방씨는 지난달 말 부산대 발전기금재단에 전화를 걸어 기부 절차를 묻고 최근 1천만원 입금증이 든 봉투를 재단 측에 가져왔다.

부산대는 방씨의 배움과 나눔을 기리고자 21일 대학 본관 총장실에서 출연식을 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방씨는 중학교 졸업 후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학업에 대한 열망은 갈수록 강해졌고 60세가 넘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라대에 입학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아동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자격을 획득하고 노인복지 자격증, 요양보호사, 아동 상담사, 컴퓨터 활용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대학 공부 중 1천 시간 이상 봉사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방씨는 꿈이었던 부산대 대학원에 입학했고 졸업 한 학기를 앞둔 상황이었다.

방씨는 졸업 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남편과 상의해 장학금을 기탁하기로 했다.

장학금은 남편이 작은 사업을 하며 근면, 검소하게 모은 돈이었다.

곧 대학생이 되거나 초등학교·중학교 손자가 있는 방씨는 "손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며 "늘 배우고 작은 것도 나누고 베푸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형편이 어려운 우수 학생에게 장학금을 써달라고 전했다.

방씨는 또 "가난해서 공부하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 아니지만 죽을 때까지 공부하지 않은 것은 본인 책임"이라며 "살면서 본인이 스스로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누구라도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다"고 후배를 응원했다.

이어 "배움에는 끝이 없어 부산대 졸업 후에도 또 다른 학문의 길을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배움을 향한 방경자 할머니의 끝없는 열정과 나눔 정신이 귀감이 된다"며 "어려운 여건에서 열심히 배우는 학생들 장학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