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전담 병상 대기 중 잇따라 숨지자 불안감 부천시, 감염 확산 방지에 총력…방역 당국에 대책 마련 호소
"코로나19에 걸린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시는데 전담 병상 배정 소식은 없고…. 어찌할 방법이 없어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 21일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A(55)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무더기로 나와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된 경기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 앞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이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어머니 B(82)씨가 행여 치료조차 받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돼 면회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곳에 나온 것이다.
B씨는 다리를 다쳐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어려워 5년 전부터 이 요양병원에서 지내다가 지난 1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고령자인 만큼 집중 치료가 절실하지만 전담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일주일 넘게 이 요양병원에 격리된 상태다.
A씨는 "이 요양병원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1일 어머니는 검체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이틀 뒤 2차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어머니 소식을 아는 방법은 매일 오전 의료진과의 전화 한 통이 전부여서 답답하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어 "이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10명 넘게 사망했다고 들었다"며 "어머니를 전담 병상으로 옮기는 게 절실한데 방역 당국은 뭘 하고 있는지 연락조차 없다"고 토로하며 한참을 요양병원 앞을 서성였다.
실제 이 요양병원에서는 이날 현재까지 사망한 환자가 14명이나 나왔다.
이들 사망자 가운데 전담 병상으로 옮기려고 기다리다가 숨진 확진자는 13명이며 나머지 1명인 80대 여성은 경기도의료원 성남병원으로 이송된 뒤 숨졌다.
사망자들은 60대 남성 1명을 제외한 10명 모두 70∼90대 노인 확진자였다.
이 요양병원에는 이미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확진자 등을 제외하고 입소자 88명과 직원·간병인 26명 등 114명이 코호트 격리 중이며 이들 중 확진된 79명이 전담 병상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좀처럼 전담 병상 배정이 이뤄지지 않아 확진자 가족들이 애만 태우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 내에서 입소자들과 확진자들이 제대로 분리돼있는지를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 요양병원 입소자의 며느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지금 그 병원의 확진자와 비 확진자가 같은 병실에서 칸막이만 해놓은 채 치료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보건소와 통화해보니 확진자를 이송할 수 있는 병실이 확보되지 않아서 대기 중이라고 들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른 누리꾼은 친할머니가 이 요양병원에서 3번째 검체 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설명하며 "지금 (방역 당국이) 양성 환자들을 어떻게 분리하고 격리 치료하고 있는지 너무 답답하고 궁금하다"며 할머니가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내비쳤다.
부천시는 이 요양병원 확진자들이 조속히 전담 병상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방역 당국에 호소하는 한편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직원을 생활치료센터 등지로 옮기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부천시 관계자는 "중증 환자들을 전담 병상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지만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직원의 감염 예방도 중요하다"며 "생활치료센터 등 장소가 생기는 대로 음성 판정자들을 이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동 한 지상 11층 짜리 상가 건물(60여 개 점포 입주) 8층에 있는 효플러스요양병원은 1천800㎡가량 규모로 21개 병실에 144개 병상을 갖추고 있다.
이 요양병원은 지난 11일 요양보호사 6명이 처음 확진 판정을 받고 뒤이어 환자 등 61명이 무더기로 확진되자 코호트 격리됐다.
하지만 지난 13일 처음으로 전담 병상 대기 중이던 70대 남성 확진자가 사망한 뒤 잇따라 병상 전원을 기다리던 확진자들이 숨지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