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내린 건물주에게 세금 감면 혜택…관련 조례 제정도
"어려운 시국 희망 불씨 되길"…월세면제 감사 현수막 등장

'착한 건물주님! 코로나19 끝날 때까지 임대료 면제 감사합니다.

'
인천시 서구 청라동 한 식당 앞에는 최근 이런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붙었다.

건물주가 당분간 임대료를 받지 않기로 하자 세입자인 식당 운영자가 감사의 뜻으로 내건 것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유민수(66)씨는 "어려울 때 형편을 봐주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꼭 두 배로 보답하겠다며 먼저 면제 얘기를 꺼냈다"며 "서로를 믿고 협력해 함께 위기를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사 위기' 골목상인 돕자…착한 임대인 운동 속속 재추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임대료를 면제·감면해 고통을 분담하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다시 속속 추진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 이면에는 '고사 위기'에 몰린 골목 가게 업주와 자영업자 등의 고통이 있다.

경기 고양시의 가장 큰 상권인 일산 라페스타에서 6년째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김은숙(52)씨는 "수도권 2.5단계가 되면서 노래방이 문을 닫았지만, 임대료는 계속 나가는 상황"이라면서 "건물주가 위기 극복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월 임대료만 400만원인데 자영업자들이 어떻게 버틸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지자체와 공기업 등도 착한 임대인 운동에 나서고 있다.

'고사 위기' 골목상인 돕자…착한 임대인 운동 속속 재추진
경기 고양시는 착한 임대인을 지원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안정적인 영업 활동을 돕는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고양시는 상호 이익 증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생 협약을 체결한 임대인을 '착한 임대인'으로 지정해 인증서와 현판을 증정할 예정이다.

지방세·주차료 감면, 임대차 상가건물 보강공사 금액의 일부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심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착한 임대인이 우리 사회 저변에 펴져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국에 희망을 밝히는 작은 불씨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화섭 안산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임병택 시흥시장, 최종환 파주시장, 박승원 광명시장, 안승남 구리시장, 김보라 안성시장 등 경기지역 7개 지자체장은 소상공인 임대료 감면 의무화를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이달 중순 '소상공인 임대료 감면대책을 조속히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직접 올리기도 했다.

허성곤 경남 김해시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착한 임대인 운동을 재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김해시는 지난여름 임대료를 인하한 임대인을 대상으로 재산세를 최대 50% 감면했다.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의 8월 주민세도 50% 부담을 덜어줬다.

경남도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한 임대인 2천729명에게 총 6억8천만원 재산세를 감면해줬다고 밝혔다.

'고사 위기' 골목상인 돕자…착한 임대인 운동 속속 재추진
광주시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개인 등을 대상으로 시 소유 공유재산 사용료를 인하해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했다.

시는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1차 사업을 벌여 584건에 14억300만원을 인하하는 성과를 거뒀다.

광주시는 확진자 방문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확진자 방문 점포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확진자 방문으로 영업을 중단해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임대료, 공과금 등 최대 70만원 지원하고 있다.

부산시는 상가 임대료를 스스로 인하한 임대인에게 세금을 감면하는 장기안심상가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은 재산세를 50% 감면하거나 임대료 인하 금액을 지원하는 등 임대인의 손해를 충당해준다.

(권숙희 김선호 장덕종 홍현기 한지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