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7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재가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원칙을 강조하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사진)의 후계자가 맞는가"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노무현 발언만 두 번 인용하며 문 대통령 비판

안철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아무리 유능한 어떤 누군가가 다음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가 원칙을 존중하지 않고 원칙을 짓밟으며 정권을 잡아서는 국가발전에도, 국민 행복에도, 더욱이 역사 발전에도 기여할 수 없다. 그래서 저는 어느 편의 승리보다 원칙의 승리를 간절히 바란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여당의 일방적 강행처리로 얼룩진 채 끝난 정기국회, 자신들의 비리 수사를 막으려고 검찰총장을 탄압하는 추악한 정권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났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칙 있는 승리'를 강조했다. 또한 '원칙 없는 승리'보다는 차라리 '원칙 있는 패배'가 낫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어 "그러기에 국정운영에서도 원칙을 가장 먼저 생각하셨다. 만약 국회에서 다수의 힘에 의한 횡포와 밀어붙이기로 입법 독재를 하는 모습을 보셨다면, 지금 이 정권처럼 정치적 승리라며 희희낙락하지는 않으셨을 것"이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악 같은, 원칙도 없고 스스로 자기모순을 인정하는 지저분한 법 개정은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다. 윤석열 총장 징계 건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러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국정 운영의 원칙을 흔들지 않았다. 나라를 먼저 생각했기에 지지층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고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으며 제주도 해군기지 설치를 결정했다"며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계자라는 문재인 정권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꼬집었다.

"더 이상 노무현 정신 팔아 배불리지 말라"

그는 또 "이 정권의 국정 운영하는 원칙, 정치하는 원칙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오직 공정 파괴의 원칙, 민주 파괴의 원칙, 법치 파괴의 원칙 등 온통 부정적인 원칙들만 보인다"고 거듭 비판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 정권 사람들에게 경고한다. 이제 더 이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팔아 배 불릴 생각, 하지 말길 바란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팔 생각만 하지 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원칙과 애국심을 배우기 바란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그는 "이렇게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며 사익만 추구하다가, 나중에 지하에 가서 노 대통령 얼굴을 어떻게 보려고 하는가"라며 재차 다음과 같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빨리 국민의 박수를 받기 위해 무리하면 2~3년 안에 심각한 파탄이 오게 돼 있다. 그래서 저는 빨리 환자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주사, 각성제 놓는 것은 못하게 했다. 경제는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무리한 정책을 쓰다가 몇 년 뒤에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던 여러 차례의 경험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다시는 이와 같은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