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다이버 구조하다 파도에 휩쓸려…해경 임용 1년 만에 순직
"매사 솔선수범하던 선한 사람"…해경, 여수.통영에 흉상 설치
[2020 의인열전] ④ '9시간의 사투'…인명 구하고 떠난 정호종 경장
"국민에게 기적이 되어줄 수 있는 해양경찰이 꿈입니다.

요구조자에게 마지막 희망의 손을 내밀 수 있도록…"
지난 6월 경남 통영시 한산면 홍도 인근 해상 동굴에서 고립된 다이버 구조 활동을 벌이다 사망한 정호종(34) 경장이 해경 교육생 시절 써낸 다짐이다.

국민에게 기적이 되고 싶다던 정 경장은 해경이 된 지 1년 만에 어두운 바다에 한 줄기 빛을 내리고 별이 됐다.

[2020 의인열전] ④ '9시간의 사투'…인명 구하고 떠난 정호종 경장
정 경장은 6월 6일 오후 4시 22분께 고립된 다이버 2명을 구하기 위해 동굴에 가장 먼저 투입됐다.

동굴에 도달해 구조 로프까지 설치했지만, 높은 파고로 탈출하지 못하고 입수 10여 분 만에 함께 고립됐다.

이날 홍도 인근에는 2∼2.5m 높이의 파도가 일고 있었다.

그는 동굴 안에서 심한 탈수 증세를 보이다가 현장 투입 9시간여만인 다음날 오전 1시께 너울성 파도에 휩쓸렸다.

해경은 실종 추정 시각 이후 9시간 40분 만인 오전 10시 40분께 동굴 입구 부근 수중 12m 지점에서 정 경장을 발견했다.

정 경장이 마지막까지 지켰던 다이버 2명과 동료 해경 2명은 무사히 구조됐다.

[2020 의인열전] ④ '9시간의 사투'…인명 구하고 떠난 정호종 경장
생전에 정 경장과 함께 장승포파출소에서 근무한 반윤혁(30) 순경은 정 경장을 '선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반 순경은 17일 "정 경장은 항상 앞장서서 열정적으로 구조 업무에 임했다"며 "후배나 동생도 살뜰히 잘 챙기던 선한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정 경장의 살신성인 자세는 해경 모두에게 귀감이 됐다"며 "헌신과 불굴의 정신을 본받아 해경으로서 사명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구자영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영결식에서 "비록 짧은 생이었지만, 가장 빛나고 보람 있는 생이었기에 당신의 삶은 헛되지 않았다"며 "당신과 함께해서 우리는 참으로 행복했다"고 애도했다.

해경은 정 경장을 순경에서 1계급 특진 임명하고,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했다.

전남 여수 해경교육원과 통영 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는 정 경장의 흉상이 세워졌다.

해경은 "살신성인의 자세로 인명구조 중 순직한 정 경장을 기리기 위해 흉상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2020 의인열전] ④ '9시간의 사투'…인명 구하고 떠난 정호종 경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