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찰청 김태섭 경장, 태풍 영향권 든 제주 바다서 용감하게 인명 구조
"LG의인상 상금 조두순 피해자 가족 이사비와 유기견 센터 지원 등에 보태"
[2020 의인열전] ③ 허니문 중 익수자 구한 경찰…포상금 '조두순 피해가족에게'
"파도가 높아 쉽진 않았지만, 일단 무조건 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 여행에 제한을 받던 지난 8월 말 대전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김태섭(32) 경장은 결혼식을 하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다.

당시 태풍 '마이삭' 영향권에 들기 시작한 제주도는 달콤한 신혼 추억까지 날려버리겠다는 듯 바람이 거세게 불다 잦아들기를 반복했다.

김 경장 부부가 입도한 지 사흘째였던 지난 9월 1일에도 파도는 세차게 몰아쳤다.

중문 색달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내던 김 경장 부부는 뜻하지 않게 인근에서 누군가 물에 빠진 현장을 목격했다.

김 경장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남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튜브 없이 있는 상태였는데,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고 말했다.

[2020 의인열전] ③ 허니문 중 익수자 구한 경찰…포상금 '조두순 피해가족에게'
수중 사고 발생 때 물속에서 증거물 등을 찾는 수중 과학수사 요원으로, 수영에는 자신 있었던 김 경장은 마침 가지고 있던 스노클 장비와 '오리발'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핀을 착용하고 주저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막상 바다에 들어가 보니 짐작했던 환경과 전혀 달랐다"는 그는 "파도가 높아서 핀 킥을 해도 몸이 앞으로 안 나가, 순간 당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런 상황에도 수m를 헤엄쳐 간 그는 익수자를 가까스로 물 밖으로 구조해 나왔다.

이후 힘을 보탠 건 동갑내기 아내였다.

스킨스쿠버 강사이자 간호사인 김 경장 아내는 익수자의 상태를 살피며 조치에 안간힘을 썼다.

당시 임신 상태여서 물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앞서 현장에서 119 신고 등 지원 요청을 하고 의식이 없던 익수자 초기 상태 호전에 도움을 줬다.

익수자는 곧바로 달려온 해수욕장 현장 안전 요원의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조치를 받은 뒤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김 경장은 "수중 과학수사 훈련을 받은 경험 덕분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20 의인열전] ③ 허니문 중 익수자 구한 경찰…포상금 '조두순 피해가족에게'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김 경장 부부에게는 칭찬과 격려가 쏟아졌다.

포털에서도 '꼭 상을 줘야 한다'는 등의 응원이 이어졌다.

대전시·대전경찰청·제주도는 김 경장 부부에게 감사의 뜻과 함께 표창패를 전달했다.

청와대는 방탄소년단(BTS)도 참석했던 제1회 청년의 날 행사에 김 경장을 초청했다.

귀한 생명을 살려낸 부부의 선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김 경장은 "감사하게 LG의인상도 받게 됐는데, 상금이 꽤 많았다"며 "그 상금은 조두순 피해자 가족 이사비와 유기견 센터 지원 등을 위해 전달했다"고 했다.

피해자 지원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는 초임지 근무 시절 입건해 실형을 살게 한 피의자와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 경장은 "혹시나 어떤 피의자가 나중에 제 가족에게 해코지라도 하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피해자 가족에게도 항상 마음이 쓰였다"며 "앞으로도 시민을 보호하고 많은 사람을 보듬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