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구단 투자 길 열어둔 샐러리캡…스페인 라리가 모델
2023년부터 시행…등록 선수 제한하는 '로스터 제도'도 도입
K리그, 비율형 샐러리캡 도입…'버는 만큼'만 선수 영입 가능
프로축구 K리그에 선수단 인건비를 제한하는 '비율형 샐러리캡'이 2023년부터 도입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제8차 이사회를 열어 이런 내용이 포함된 구단 경영 효율화 방안을 의결했다.

비율형 샐러리캡은 구단의 총수입 중 선수단 인건비 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국내 다른 프로종목에서 시행 중인, 일괄적으로 선수 연봉 총액 상한선을 두는 '금액형 샐러리캡'과는 달리 비율형 샐러리캡은 연봉 총액이 구단 총수입액과 연동된다.

'부자 구단'이 적극적으로 선수 영입에 투자할 길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비율형 샐러리캡은 금액형 샐러리캡과 다르다.

K리그, 비율형 샐러리캡 도입…'버는 만큼'만 선수 영입 가능
프로연맹은 앞으로 2년간 비율형 샐러리캡 제도를 시행 중인 스페인 라리가의 사례를 연구하고 각 구단과 실무 논의를 거쳐 적정 인건비 비율 등을 확정, 2023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정한 비율을 넘는 수준의 인건비를 지출하는 구단은 초과 비율에 따른 '사치세'를 부담하게 된다.

징수된 사치세는 각 구단에 분배된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선수단에 투입되는 비용과 구단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토대인 인프라·행정·마케팅·유소년 육성 등에 투입되는 비용이 균형을 이뤄야 리그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연맹 이사회는 리그에 내보낼 수 있는 등록 선수를 일정 수 이하로 제한하는 로스터 제도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2023년에는 32명, 2024년에는 30명, 2025년에는 28명 등으로 등록 인원을 줄일 예정이다.

로스터 안에는 22세 이하(U-22) 선수 및 각 구단 산하 유스팀 출신 선수를 일정 인원 넣어야 한다.

로스터 제도는 유럽을 비롯한 여러 선진 리그에서 시행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에A는 25명, 미국프로축구(MLS)는 30명, 호주 A리그는 23명을 상한선으로 로스터 제도를 운용한다.

K리그, 비율형 샐러리캡 도입…'버는 만큼'만 선수 영입 가능
K리그 구단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한 시즌에 평균 41.7명을 등록했는데, 6경기 이상 출장한 선수는 약 26명에 불과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로스터 제도는 구단이 선수단 인원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유도해 구단 재정 균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는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구단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선수에게 지급하는 승리수당에 상한선을 설정키로 의결했다.

K리그1은 경기당 100만원, K리그2(2부 리그)는 경기당 50만원이 상한선이다.

K리그 대다수 구단이 기본급과 출전수당 이외에 경기 승리를 조건으로 한 수당을 경기당 많게는 500만원에서 적게는 200만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중요 경기마다 이른바 '베팅'이라고 불리는,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승리 조건부 보너스를 지급하는 관행도 있었다.

이사회는 승리수당 상한선 규정을 위반하는 K리그1 구단은 최대 10억원, K리그2 구단은 최대 5억원의 제재금을 부과하는 등의 징계 규정도 마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