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씨젠, 어떻게 연매출 1조원 진단기업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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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가장 먼저 개발한 기업은 아니다. 국내서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은 코로나19 진단제품은 코젠바이오텍이 최초로 내놨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EUA를 최초 획득한 건 오상헬스케어였다.
최초는 아니었지만 매출은 최대였다. 이 회사는 올해 목표였던 연매출액 1조원을 초과 달성했다. 국내서만 70곳이 넘는 업체가 코로나19 관련 진단제품을 내놨지만 상장사 중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곳은 이 회사가 유일하다. 업계에선 다중진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해외법인을 통해 영업력을 끌어올린 전략이 지금의 씨젠이 있게 한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고·저온 오가며 유전자 증폭
씨젠은 분자진단 영역 중 ‘멀티플렉스’로 불리는 다중진단과 정량분석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 기술인 TOCE, DPO, MuDT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분자진단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 분자진단은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수치나 영상으로 평가하는 기술이다. 시장에서 주로 쓰이는 분자진단 방식은 종합효소연쇄반응(PCR) 방식이다. 이 방식은 검체에서 바이러스 등 병원체의 유전물질을 추출한 뒤 이를 증폭해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코로나19 PCR 검사를 하기 위해선 우선 바이러스 단백질에서 DNA 등 유전물질을 추출해야 한다. 씨젠은 자성을 이용해 DNA만 끄집어내는 방식으로 유전물질을 추출한다. 추출한 DNA가 너무 적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일정량 이상으로 DNA의 수를 증폭해야 코로나19 양성 여부를 진단키트로 확인할 수 있다.
DNA를 복제하기 위해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두 가닥으로 이뤄진 DNA를 한 가닥으로 분리시켜야 한다. 온도를 90도 이상으로 올리면 두 가닥이었던 DNA가 한 가닥 DNA 2개로 쪼개진다. 이 한 가닥 DNA에 달라붙는 물질이 프라이머다. 프라이머는 DNA 보다는 짧은 길이로 만들어진 뉴클레오티드 조합이다. 프라이머와 한 가닥 DNA는 온도가 40~60도일 때 달라붙는 편이다. 서로 붙은 DNA와 프라이머를 중합효소가 훑고 지나가면서 두 가닥 DNA를 만들어낸다. 이때는 75~80도의 고온이 필요하다. 이렇듯 각 단계별로 요구되는 온도가 다르다 보니 40~90도를 오가는 과정이 필수다. 한 번 이 과정을 거칠 때마다 DNA가 2배로 늘어나므로 30회를 하면 DNA 1개가 10억개로 증폭된다.
유전자 수를 불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시각적으로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도 마련해야 한다. 이 때 등장하는 게 프로브다. 프라이머가 한 가닥 DNA와 달라붙어 결합할 때 이 프라이머와 붙지 않고 남겨진 DNA 부분엔 피쳐 프로브라는 물질이 결합한다. 한 가닥 DNA에 프라이머 외에 피쳐 프로브라는 또 다른 물질이 함께 붙는 것이다. 중합효소는 피쳐 프로브가 DNA와 결합한 위치도 훑고 지나가는데 이 때 피쳐 프로브에 있던 일부 뉴클레오티드를 떨어뜨린다. 투수(피쳐)가 공을 던지듯 DNA 복제의 증표로 일부 뉴클레오티드를 내놓는 셈이다.
이 뉴클레오티드를 받아내는 역할을 하는 포수(캐쳐)도 있다. 캐쳐 프로브엔 결합이 떨어지면 빛을 내는 형광물질이 달려 있다. 이 형광물질은 평소엔 빛을 내지 않는다. 캐쳐 프로브는 바이러스 DNA가 아닌 ‘투수’가 전달한 뉴클레오티드와 결합한다. 이 때 형광물질 간 결합이 떨어지면서 빛이 나온다. 이 형광을 통해 시각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다중진단, 정량분석으로 기술 차별화
씨젠은 캐쳐 프로브가 뉴클레오티드 조각을 떨어뜨리는 온도를 각각 다르게 해 모두 5종의 뉴클레오티드 조각을 떨어뜨리는 TOCE 기술을 갖고 있다. 64도에선 A 유전자에 뉴클레오티드 조각이 붙고, 69도에선 B 유전자에 또 다른 뉴클레오티드 조각이 붙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한 채널에서 최대 5개의 유전자를 검출할 수 있다. 통상 한 PCR 진단제품은 5개의 채널을 갖고 있다. 한 채널 당 한 종류씩 모두 다섯 종류의 유전자를 보는게 일반적인 PCR 진단키트다. 씨젠은 한 채널당 5개씩, 모두 25종의 유전자를 볼 수 있으니 남들보다 더 많은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다. 박지훈 씨젠 신기술연구팀장은 “TOCE 기술을 적용하면 코로나19 유전자 3종과 A·B형 독감, 세포융합바이러스(RSV), 아데노바이러스, 메르스, 사스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를 한 제품으로 검사 가능하다”고 말했다. 씨젠은 프라이머를 디자인하는 데도 독자 기술인 ‘DPO’를 갖고 있다. DPO는 프라이머의 한 쪽엔 특정 온도에서 바이러스의 DNA와 결합하는 뉴클레오티드 조각을, 다른 한 쪽엔 이 DNA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뉴클레오티드 조각을 붙이는 기술이다. 특정 온도에서 프라이머와 DNA 간 결합이 일어나더라도 특이적으로 개발된 뉴클레오티드 부분과 DNA가 마저 결합해야 유전자 증폭이 가능하다. 온도에 따라 특정 유전자를 분리하는 방법 외에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이중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기술인 MuDT는 다중진단에 정성, 정량 분석을 모두 가능하게 하는 분석 기술이다. PCR 검사는 저온과 고온을 오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거친 횟수를 세면 검체에 병원체가 얼마나 있는지를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여러 개 유전자를 하나의 튜브로 검사하다보니 기존 기술로는 어떤 유전자가 유독 많이 증폭됐는지를 확인하는 게 어려웠다. 이 때문에 감염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수치로 확인하기 위해선 별도 시험을 거쳐야 했다.
씨젠의 MuDT 기술을 이용하면 검사하는 유전자 종류 별로 증폭 횟수를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이 회사는 한 채널당 3개 유전자의 시험 결과를 분석할 수 있는 MuDT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판매 중이다.
◆10년 이상된 해외 영업망 활용
씨젠이 코로나19로 인한 특수를 누릴 수 있었던 데에는 해외 영업 역량도 바탕이 됐다. 씨젠은 해외에 7개 법인과 63개의 대리점을 두고 있다. 대리점으로만 제품 판매를 하는 상당수 경쟁사에 비해 현지 영업이 훨씬 수월하다. 박 팀장은 “매출의 60% 가량은 독일, 이탈리아,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중동에 있는 7개 해외법인에서 나오고 있다”며 “각국 정부 주도로 입찰이 이뤄지는 경우 법인이 있는 쪽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63개 대리점 중 상당수가 현지서 10년 이상 영업을 해왔다는 것도 강점이다. 그간 영업 성과가 쌓이면서 신뢰도도 축적된 만큼 코로나19를 계기로 해외 유통망을 늘렸던 대부분의 국내 경쟁사보다 영업이 유리했다. 씨젠은 현지 인력을 채용해 주기적인 기술·제품 교육으로 영업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제품 종류가 다양하고 진단장비 매출이 늘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씨젠이 판매 중인 진단제품은 150여종에 이른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외에도 자궁경부암, 성 관련 감염증, 식중독, 설사 등과 관련한 진단시약을 판매 중이다.
진단장비 매출도 함께 올랐다. 씨젠은 지난달에만 진단장비 250대를 팔았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255대)에 육박하는 물량을 한 달 만에 공급했다. 진단장비는 잉크 카트리지 사업에서 프린터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프린터를 한 번 쓰면 해당 프린터에 맞는 잉크를 계속 구매해야 하듯 진단장비도 해당 회사의 진단시약을 계속 사게 만드는 유인 효과가 있다. 씨젠은 유전물질 추출 장비와 유전자 증폭 장비를 판매 중이다. 해당 제품을 이용하면 증폭 장비에 PCR 제품을 설치하는 과정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정을 수작업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일상 복귀 위해 분자진단 계속 필요”
코로나19 유행 이후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가 눈여겨 보는 분야는 신드로믹 검사 분야다. 신드로믹 검사는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병원체를 한 번에 검사하는 증상 기반 검사법을 말한다. 씨젠은 코로나19 유행으로 분자진단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감염병 방역과 신드로믹 검사에서 분자진단이 일상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서 인증 받은 제품 수를 늘리면서 코로나19 이후에도 시장 확대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생산능력을 현 연간 2조원 규모 수준에서 5조원 수준으로 내년 1분기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씨젠은 지난 8월 매입한 경기 하남시 1만752㎡ 규모 부지에 생산시설 5곳을 내년 1분기 안에 완공할 예정이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서울 송파구 신청동 KT 송파빌딩 12개층을 행정동으로 활용한다. 이 빌딩은 내년 9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기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사옥 2곳은 연구동으로 재정비한다.
기술 개발은 자동화 수준을 높이고 PCR 검사에 필요한 시간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씨젠은 추출과 증폭 과정을 통합한 자동화 장비를 개발 중이다. 추출 장비에서 꺼낸 제품을 증폭 장비에 설치하는 절차도 없애겠다는 구상이다. 통상 3~6시간이 걸리는 검사시간도 최소화해 현장진단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목표다.
박 팀장은 “분자진단은 정부에서 주도하는 일시적인 검사에서 민간 주도의 생활 검사,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한 검사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수십개 유전자를 한 개 튜브로 검사할 수 있는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 기술을 살려 신드로믹 검사 시장에 안착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최초는 아니었지만 매출은 최대였다. 이 회사는 올해 목표였던 연매출액 1조원을 초과 달성했다. 국내서만 70곳이 넘는 업체가 코로나19 관련 진단제품을 내놨지만 상장사 중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곳은 이 회사가 유일하다. 업계에선 다중진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해외법인을 통해 영업력을 끌어올린 전략이 지금의 씨젠이 있게 한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일각에선 진단업계가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반짝 특수’를 누린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씨젠 내부의 시각은 이와는 정반대다. 이 회사는 생산시설을 현 수준의 2.5배 수준으로 확충해 내년 1분기 내에 연간 5조원 규모의 생산시설을 확보하기로 했다. 호흡기 매개 감염병 진단에서 분자진단이 일상화되고 증상이 나타나는 단계에서 수십여개 병원체를 진단키트로 확인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선택이다.
◆고·저온 오가며 유전자 증폭
씨젠은 분자진단 영역 중 ‘멀티플렉스’로 불리는 다중진단과 정량분석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 기술인 TOCE, DPO, MuDT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분자진단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 분자진단은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수치나 영상으로 평가하는 기술이다. 시장에서 주로 쓰이는 분자진단 방식은 종합효소연쇄반응(PCR) 방식이다. 이 방식은 검체에서 바이러스 등 병원체의 유전물질을 추출한 뒤 이를 증폭해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코로나19 PCR 검사를 하기 위해선 우선 바이러스 단백질에서 DNA 등 유전물질을 추출해야 한다. 씨젠은 자성을 이용해 DNA만 끄집어내는 방식으로 유전물질을 추출한다. 추출한 DNA가 너무 적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일정량 이상으로 DNA의 수를 증폭해야 코로나19 양성 여부를 진단키트로 확인할 수 있다.
유전자 수를 불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시각적으로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도 마련해야 한다. 이 때 등장하는 게 프로브다. 프라이머가 한 가닥 DNA와 달라붙어 결합할 때 이 프라이머와 붙지 않고 남겨진 DNA 부분엔 피쳐 프로브라는 물질이 결합한다. 한 가닥 DNA에 프라이머 외에 피쳐 프로브라는 또 다른 물질이 함께 붙는 것이다. 중합효소는 피쳐 프로브가 DNA와 결합한 위치도 훑고 지나가는데 이 때 피쳐 프로브에 있던 일부 뉴클레오티드를 떨어뜨린다. 투수(피쳐)가 공을 던지듯 DNA 복제의 증표로 일부 뉴클레오티드를 내놓는 셈이다.
이 뉴클레오티드를 받아내는 역할을 하는 포수(캐쳐)도 있다. 캐쳐 프로브엔 결합이 떨어지면 빛을 내는 형광물질이 달려 있다. 이 형광물질은 평소엔 빛을 내지 않는다. 캐쳐 프로브는 바이러스 DNA가 아닌 ‘투수’가 전달한 뉴클레오티드와 결합한다. 이 때 형광물질 간 결합이 떨어지면서 빛이 나온다. 이 형광을 통해 시각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씨젠은 캐쳐 프로브가 뉴클레오티드 조각을 떨어뜨리는 온도를 각각 다르게 해 모두 5종의 뉴클레오티드 조각을 떨어뜨리는 TOCE 기술을 갖고 있다. 64도에선 A 유전자에 뉴클레오티드 조각이 붙고, 69도에선 B 유전자에 또 다른 뉴클레오티드 조각이 붙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한 채널에서 최대 5개의 유전자를 검출할 수 있다. 통상 한 PCR 진단제품은 5개의 채널을 갖고 있다. 한 채널 당 한 종류씩 모두 다섯 종류의 유전자를 보는게 일반적인 PCR 진단키트다. 씨젠은 한 채널당 5개씩, 모두 25종의 유전자를 볼 수 있으니 남들보다 더 많은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다. 박지훈 씨젠 신기술연구팀장은 “TOCE 기술을 적용하면 코로나19 유전자 3종과 A·B형 독감, 세포융합바이러스(RSV), 아데노바이러스, 메르스, 사스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를 한 제품으로 검사 가능하다”고 말했다. 씨젠은 프라이머를 디자인하는 데도 독자 기술인 ‘DPO’를 갖고 있다. DPO는 프라이머의 한 쪽엔 특정 온도에서 바이러스의 DNA와 결합하는 뉴클레오티드 조각을, 다른 한 쪽엔 이 DNA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뉴클레오티드 조각을 붙이는 기술이다. 특정 온도에서 프라이머와 DNA 간 결합이 일어나더라도 특이적으로 개발된 뉴클레오티드 부분과 DNA가 마저 결합해야 유전자 증폭이 가능하다. 온도에 따라 특정 유전자를 분리하는 방법 외에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이중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기술인 MuDT는 다중진단에 정성, 정량 분석을 모두 가능하게 하는 분석 기술이다. PCR 검사는 저온과 고온을 오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거친 횟수를 세면 검체에 병원체가 얼마나 있는지를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여러 개 유전자를 하나의 튜브로 검사하다보니 기존 기술로는 어떤 유전자가 유독 많이 증폭됐는지를 확인하는 게 어려웠다. 이 때문에 감염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수치로 확인하기 위해선 별도 시험을 거쳐야 했다.
씨젠의 MuDT 기술을 이용하면 검사하는 유전자 종류 별로 증폭 횟수를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이 회사는 한 채널당 3개 유전자의 시험 결과를 분석할 수 있는 MuDT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판매 중이다.
씨젠이 코로나19로 인한 특수를 누릴 수 있었던 데에는 해외 영업 역량도 바탕이 됐다. 씨젠은 해외에 7개 법인과 63개의 대리점을 두고 있다. 대리점으로만 제품 판매를 하는 상당수 경쟁사에 비해 현지 영업이 훨씬 수월하다. 박 팀장은 “매출의 60% 가량은 독일, 이탈리아,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중동에 있는 7개 해외법인에서 나오고 있다”며 “각국 정부 주도로 입찰이 이뤄지는 경우 법인이 있는 쪽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63개 대리점 중 상당수가 현지서 10년 이상 영업을 해왔다는 것도 강점이다. 그간 영업 성과가 쌓이면서 신뢰도도 축적된 만큼 코로나19를 계기로 해외 유통망을 늘렸던 대부분의 국내 경쟁사보다 영업이 유리했다. 씨젠은 현지 인력을 채용해 주기적인 기술·제품 교육으로 영업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제품 종류가 다양하고 진단장비 매출이 늘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씨젠이 판매 중인 진단제품은 150여종에 이른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외에도 자궁경부암, 성 관련 감염증, 식중독, 설사 등과 관련한 진단시약을 판매 중이다.
진단장비 매출도 함께 올랐다. 씨젠은 지난달에만 진단장비 250대를 팔았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255대)에 육박하는 물량을 한 달 만에 공급했다. 진단장비는 잉크 카트리지 사업에서 프린터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프린터를 한 번 쓰면 해당 프린터에 맞는 잉크를 계속 구매해야 하듯 진단장비도 해당 회사의 진단시약을 계속 사게 만드는 유인 효과가 있다. 씨젠은 유전물질 추출 장비와 유전자 증폭 장비를 판매 중이다. 해당 제품을 이용하면 증폭 장비에 PCR 제품을 설치하는 과정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정을 수작업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일상 복귀 위해 분자진단 계속 필요”
코로나19 유행 이후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가 눈여겨 보는 분야는 신드로믹 검사 분야다. 신드로믹 검사는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병원체를 한 번에 검사하는 증상 기반 검사법을 말한다. 씨젠은 코로나19 유행으로 분자진단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감염병 방역과 신드로믹 검사에서 분자진단이 일상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서 인증 받은 제품 수를 늘리면서 코로나19 이후에도 시장 확대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생산능력을 현 연간 2조원 규모 수준에서 5조원 수준으로 내년 1분기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씨젠은 지난 8월 매입한 경기 하남시 1만752㎡ 규모 부지에 생산시설 5곳을 내년 1분기 안에 완공할 예정이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서울 송파구 신청동 KT 송파빌딩 12개층을 행정동으로 활용한다. 이 빌딩은 내년 9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기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사옥 2곳은 연구동으로 재정비한다.
기술 개발은 자동화 수준을 높이고 PCR 검사에 필요한 시간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씨젠은 추출과 증폭 과정을 통합한 자동화 장비를 개발 중이다. 추출 장비에서 꺼낸 제품을 증폭 장비에 설치하는 절차도 없애겠다는 구상이다. 통상 3~6시간이 걸리는 검사시간도 최소화해 현장진단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목표다.
박 팀장은 “분자진단은 정부에서 주도하는 일시적인 검사에서 민간 주도의 생활 검사,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한 검사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수십개 유전자를 한 개 튜브로 검사할 수 있는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 기술을 살려 신드로믹 검사 시장에 안착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