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의료진 부족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정부는 여전히 추가 의사 국가시험(의사국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의사 국시가 끝까지 허용되지 않으면 내년 2700명이 넘는 의사가 증발한다. 필연적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보수 야권은 일제히 "고집을 그만 피우라"며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비대위 회의에서 의료진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 국시를 다시 치르도록 조속히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주호영 원내대표는 "코로나 방역에 전적으로 투입돼야 할 인턴 2천명 이상을 국시 시행을 다시 하지 않는 바람에 활용할 수 없게 됐다"며 "의사협회가 파업했다고, 거기에 (동참한) 의대 4학년들이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고 정부가 오기를 갖고 편을 가른 상황에 피해를 보는 건 국민들 뿐"이라고 비판했다.주 원내대표는 "코로나 종식에 필요한 건 백신, 병상, 의료진"이라며 "병상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고, 지난번 대구에 봉사를 하러 갔던 의료진에 대한 위로금 조차 지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조속히 의사국시를 시행해 2천명 넘는 의료인력을 현장에 투입하기를 바라고, 그 이전이라도 특단의 대책을 세워 의료진이 최선의 봉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13일 당 코로나19대책특별위원회 긴급회의에서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국시 재응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언급했다.야권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절박한 문제는 의료진"이라며 "전국의 의료진들이 치료에 효과적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다해야 한다. 의사국가고시를 못본 의과대학 4학년, 2749명이 국시를 보게하고 이들을 치료현장에 투입하라"고 요구했다.그는 "대통령 말대로 '방역 비상상황' 아닌가. 한 명의 의사가 절박한 상황에서 의대생들과 자존심 싸움을 할 여유가 없는 위기"라며 "국가지도자라면 결단을 내리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한편, 정부는 의사 국시 요구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13일 "의대생 국시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의견이 제기돼 왔는데 아직 그 부분(재응시 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이 정책관은 "의료인력 공백과 (국시) 시험을 거쳐야 하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할 사항이고,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재유행에 따라 국민에게 외출 자제를 요청하는 가운데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지인들과 와인 모임을 가져 '방역 내로남불' 논란이 일고 있다. 윤미향 의원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인 5명과 함께 식사하는 사진을 올렸다. 논란이 일자 그는 사진을 삭제했다.윤미향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 사려 깊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뿐만이 아니다. 연일 국민에게 모임 자제를 요청하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매주 금요일 장관 등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는 KTV 국민방송의 TV 프로그램 '총리식당' 진행을 시작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국민은 모이지 말라더니 총리는 장관과 식사 예능을 찍나"라고 반발했다.앞서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 조기축구회에 참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무수석은 야당과 소통을 담당하는 직책이지만 최재성 수석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청와대를 찾은 야당 의원들은 만나지 않았었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도 정작 여권은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은 추석 연휴 기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당시 이낙연 대표는 추석 전 방역을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국민에게 당부했었다.당시 국립현충원을 비롯한 전국 국립묘지가 아예 문을 닫아 일반 국민은 성묘를 하지 못했다.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방역과 경제 모두에서 가장 선방하는 나라가 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예산안 설명차 얼마전 국회를 방문했을 때 한 시정연설의 한 대목이다. “신속한 진단검사와 철저한 역학조사, 빠른 격리와 치료 등 세계 어느 나라도 따를 수 없다”며 예의 그 자화자찬 레코드를 반복했다. “K-방역은 전 세계의 모범이자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됐다”고도 했다.불과 한 달여 만에 실언이 되고 말았다. 하루 감염자가 역대 최대인 1000명대로 올라서며 K방역의 둑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선방하는 나라’라는 대통령의 말은 처음부터 과장이었다. 아시아 이웃국가 대만 베트남 태국 등 우리보다 월등한 성과를 내는 나라가 꽤 있다. 하루 확진자가 1030명까지 치솟은 12일 베트남의 확진자는 2명, 대만은 3명, 태국은 17명에 그쳤다. 그야말로 팬데믹으로 빠져들고 있는 한국과는 클래스가 다른 방역성과다.누적 환자수와 사망자 수를 보면 더 분명해진다. 대만은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가 0.3명에 불과하다. 100만 명당 환자 수 역시 31명에 그쳤다. 각각 11명, 834명인 한국의 10분의 1에도 못미친다.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 수가 736명으로 한국의 하루 감염자 수보다 적다는 점에서 압도적인 성적표다.베트남도 사망자 수 0.4명,환자 수는 14명으로 대만과 함께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태국 역시 사망자 0.9명 발병 60명에 그쳤다. 성공 비결은 '고무줄 방역'이 아닌 '원칙 방역'이다. 강력한 입국제한정책, 선제적 진단 검사 등 상식적인 방안들의 철저한 준수다. 대만은 1월말 우한 주민의 입국 금지를 중국 전역에 대한 금지로 확대했다.세계에서 가장 먼저 중국발 입국을 차단하는 등 초기부터 확실하게 국경을 통제했다.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에서 이주 노동자 입국시는 격리시설에서 집중관리해 안전을 확보한뒤 고용주에 인계했다. 방역 호텔에 격리중인 필리핀 국적 이주 노동자가 무료함을 못 견뎌 8초간 잠깐 방에서 나온 것을 적발해 10만 대만달러(약 384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가혹해 보이지만 예외없는 원칙 준수다.베트남도 중국과 비슷한 대외 봉쇄전략을 폈다. 지난 4월 바이러스 발생 초기에 3주간 대규모 봉쇄 조치(락다운)을 시행했다. 이는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재개할수 있는 배경이 됐다. 태국 역시 지난 3월부터 강력한 입국 제한조치 등에 힘입어 5월 23일부터 9월 3일까지 '100일간 국내 확진자 제로'의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문 대통령이 “한국 경제가 가장 빠르게 회복중”이라며 “적극적 재정정책과 한국판 뉴딜 등 효과적 경제 대응이 더해진 덕분”이라고 정책끼워팔기를 한 것도 영 민망하다. 수출 대기업들의 고군분투에 힘입어 한국 경제의 성적표가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대만 베트남 등에 비하면 한참 못미친다.대만 정부는 방역성과를 바탕으로 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바로 지난 달에 상향 조정했다.29년만에 중국 본토 성장률(2%로 추정)을 앞설 것이 유력하다. 코로나19 봉쇄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미국 유럽과 자국 내에서 동시에 노트북컴퓨터 반도체 등 하이테크 부품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TSMC 에이수스 폭스콘 등 대만회사들이 큰 수혜를 입었다.탁월한 방역 성공과를 바탕으로 베트남도 2.6%의 탄탄한 성장이 예상된다. IMF는 베트남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제치고 올해 아세안(ASEAN) 국가 중 명목 GDP 4위에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K방역' 홍보에 치중하느라 백신·병상·의료진을 모두 놓친 후과 못지 않게 더 두려운 것은 대통령 말과 정부에 대한 신뢰 추락이다. 문 대통령은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한지 불과 나흘 만에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며 돌변했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이 '종식이 가까웠다'는 식의 말을 언급한 뒤 곧바로 상황이 급속악화하는 일이 무한반복되는 양상이다. 코드가 맞는 국내 언론과, 우호적인 몇몇 '검은 머리 외신기자'를 동원한 여론몰이와 고무줄 방역의 귀결이라는 뼈아픈 지적부터 귀담아야 한다.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