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18년 중국집도 적자에 '휘청'…인건비 줄이려 가족 총동원해도 '고전'
아무리 허리띠 졸라매도 이자 등 고정비 내기 급급…"노가다라도 해야 하나"
코로나19에 고객·매출 '반 토막'…"3개월째 월세도 못 내"
지난 11일 낡은 중국집 계산대 위엔 언뜻 보기에도 얄팍한 매출 전표 묶음이 놓여 있었다.

전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영업한 결과는 전표 14장, 총계 52만원으로 지난해 평균 하루 매출의 절반 수준이다.

◇ 100명 넘던 손님 50∼70명으로 급감…저녁 단체 손님은 '뚝' 끊겨

인천시 미추홀구 학익동 법조타운에서 18년 넘게 중국집을 운영하는 유용재(68) 씨는 지난 8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이후 폐점 시각을 오후 8시로 앞당겼다.

원래 평일 점심이 대목인 점을 고려해도 식당을 찾던 저녁 시간대 단체 손님들마저 뚝 끊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평일 하루 평균 100∼120명에 달하던 손님은 이달 들어 50∼70명으로 급감했다.

매달 170만원인 월세를 3개월째 내지 못했다.

주방과 홀 서빙 종업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던 지난 4월 이미 3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그마저도 종업원은 하루 5시간만 일한다.

새벽 시장에 나가 식자재를 구매하고 다듬고 조리하는 데 유씨 부부와 아들 등 일가족이 총동원된다.

◇ "인천시 경영지원자금 3천만원, 생활비·인건비로 이미 다 써"

월세, 관리비 40만∼50만원, 종업원 인건비 175만원, 식자재비까지 합치면 매달 식당 운영에 드는 고정 비용만 수백만원을 넘긴다.
코로나19에 고객·매출 '반 토막'…"3개월째 월세도 못 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에 주택 담보 대출 이자가 통장에서 바로 빠져나가고 6개월마다 한 번씩 내는 부가세까지 빼면 사실상 적자다.

없는 돈을 쥐어짜 식당 입구에 놓을 300만원 상당의 자동 체온 측정기까지 구매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줄어든 손님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유씨는 "현상 유지를 하려면 보통 하루 매출 90만∼100만원 정도 나와야 하는데 정확히 반 토막"이라며 "인천시에서 해주는 긴급 경영지원자금 3천만원을 코로나19 초창기에 대출받았는데 정부 지원금이랑 해서 진작에 생활비, 인건비로 이미 다 썼다"고 토로했다.

◇ 인천, 소상공인 매출 20% 이상 감소…중대형 상가 공실률 13%

14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상공인들에게 1% 초반대 저금리로 지원한 긴급 경영안정자금은 지난 10일 기준 업체 1만7천248곳에 총 3천874억원 규모다.

첫 긴급 경영안정자금 348억원이 신청 1주일 만에 마감되는 등 예산이 지원되는 족족 동 나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 소상공인 매출액도 지난해보다 많이 감소했다.

카드 결제 정보 등을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인천 지역의 소상공인 사업장 평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80% 수준이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시행된 직후인 지난달 넷째 주에는 그보다 낮은 77% 수준이었다.

매출이 20% 이상 줄었다는 의미다.

한국부동산이 조사한 인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11.8%에서 올해 3분기 13%로, 같은 시점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3.7%에서 5%로 증가했다.
코로나19에 고객·매출 '반 토막'…"3개월째 월세도 못 내"
◇ "중국집 장사 45년 했는데 도무지 전망이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배달을 하지 않는 업체들은 다른 배달 업소에도 밀려 이중으로 타격을 받는 형편이다.

유씨 역시 배달을 시작해볼까 고민해봤지만, 애플리케이션과 배달 대행 수수료 걱정에 생각을 접었다고 했다.

유씨는 "아주 가까운 곳만 내가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고 있다"며 "우리 세 식구 다 주방에서 종일 일하는데 인건비도 안 나오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다 같이 노가다(막노동) 일이라도 뛰어들면 어떨까' 이런 말도 한다"고 허탈해했다.

이어 "지금 운영하는 식당을 포함해서 중국집 장사만 45년 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도무지 전망이 없다"며 "자영업자들이면 다 똑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