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을 발표하며 "우리는 배터리, 수소 등 우수한 저탄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디지털 기술과 혁신역량에서 앞서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조업의 비중이 높고 철강, 석유화학을 비롯하여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많은 우리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라며 “전쟁의 폐허를 딛고, 농업 기반 사회에서 출발해 경공업, 중화학 공업, 정보통신기술(ICT)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발전하며 경제성장을 일궈온 우리 국민의 저력이라면 못해낼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뉴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발표한 그린 뉴딜은 2050 탄소중립 사회를 향한 담대한 첫걸음"이라며 "더 나아가 탄소중립과 경제성장,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2050년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로 삼아 능동적으로 혁신하며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한 3대 목표에는 ▲ 산업·경제·사회 모든 영역에서의 탄소중립 강력 추진 및 재생에너지·수소·에너지 정보기술(IT) 등 3대 신산업 육성 ▲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 소외 계층·지역이 없는 공정한 전환 등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에서 기틀을 세울 수 있도록 말씀드린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감히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술 발전에 대한 투자도 약속했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은 "기술 발전으로 에너지 전환의 비용을 낮춰야 한다"며 "우리의 핵심기술이 세계를 선도하고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든든한 뒷받침이 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소중립 친화적 재정프로그램을 구축하고 그린 뉴딜에 국민들의 참여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녹색 금융과 펀드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탄소 중립을 위한 국민들의 참여도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우리가 어려우면 다른 나라들도 어렵고 다른 나라가 할 수 있으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방역처럼 세계의 모범이 되자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50 탄소중립 비전 역시 국민 한 분 한 분의 작은 실천과 함께하면서 또다시 세계의 모범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며 "우리 모두의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지구를 살리고 나와 이웃, 우리 아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지금 바로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해당 연설에는 숨겨진 상징도 많았다. 먼저 연설이 진행되는 도중 화면이 컬러에서 흑백으로 전환됐다. 컬러영상의 4분의 1 수준의 데이터를 소모하는 흑백영상을 통해 디지털 탄소발자국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고자 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집무실에서 생중계 연설을 하는 것도 처음이다. 집무실 책상위의 시계는 9시 47분을 가리키고 있다. 청와대는 "1992년 환경위기시계는 7시 49분이었으나 2020년 현재 9시 47분을 가리키는 시계는 지구환경과 인류문명이 현재 직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위기시계는 12시에 가까워질수록 환경파괴에 의한 지구 종말이 다가옴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이 착용한 넥타이도 폐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친환경 원단으로 제작한 짙은 감색 계열의 넥타이다. 탄소중립의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