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예보등급 4등급→5등급으로 세분화" 제안도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국가기후환경회의 주최 '미세먼지와 코로나19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코로나19 상황에서 미세먼지 관리의 중요성'에 관해 발표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현행 4등급으로 돼 있는 미세먼지 예보등급은 일반인의 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만큼 5등급으로 세분화해야 한다는 제안을 비롯해 국민건강 분야 중장기 국민 정책 제안 4건도 발표됐다.

홍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코로나19의 사례 치명률(환자가 사망하는 비율) 및 사망률(확진자 발생 비율 + 사례 치명률)과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심하면 코로나19의 발병률과 치명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또 마스크를 착용하면 미세먼지를 3분의1 가량 저감하는 효과가 있고, 공기청정기 또한 미세먼지 농도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조영민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실내에 초미세먼지가 많을수록 바이오에어로졸(세균·곰팡이 등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고체나 액체 입자에 포함된 것)이 클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바이오에어로졸은 전염성 질환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조 교수는 실내 바이오에어로졸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환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실내공기품질연구단장도 미세먼지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환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오염된 실내 공기를 주기적으로 환기·정화하지 않을 경우 국민 건강과 안전에 상당한 위험이 초래되며,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환기가 더욱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미세먼지와 코로나19간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도출하고, 창문을 이용한 자연 환기 및 기계환기 설비의 적정 환기량 등을 고려해 환기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울러 "사회적 거리두기, 손 씻기, 마스크 착용, 환기, 공기청정기를 통한 실내에서의 직접 제거 등을 모두 적용하면 우리가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로부터 조금이라도 안전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와 관련해 ▲ 미세먼지 예보등급 세분화 ▲ 건강한 실내공기 관리 및 공기청정기 신뢰 제고 ▲ 미세먼지 장기 건강영향조사 ▲ 미세먼지 취약계층 건강보호 강화 등 국민정책제안 4개 과제를 제시했다.
이번 과제를 발표한 권호장(국가기후환경회의 피해예방위 전문위원장) 단국대 의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예보등급이 '나쁨' 구간이 넓은데다 취약계층과 일반인의 구분 없이 적용되고 있어 '나쁨' 이상에서 일반인의 실외 활동을 빈번하게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초미세먼지 50㎍/㎥까지는 야외에서 운동하는 것이 건강에 오히려 더 유익하지만 초미세먼지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야외 활동이 제약돼 우리나라 청소년의 운동 부족 비율이 전 세계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초미세먼지가 75㎍/㎥ 이하일 경우에는 도로변에서의 격렬한 운동은 피해야 하지만 공원 등에서의 가벼운 운동은 오히려 건강에 이득이 된다고 권 교수는 설명했다.
이에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 예보 등급 중 '나쁨'을 '관심'과 '나쁨'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행 '좋음'(0∼15㎍/㎥)·'보통'(16∼35㎍/㎥)·'나쁨'(36∼75㎍/㎥)·'매우 나쁨'(76㎍/㎥ 이상)의 4등급에서 '나쁨'을 '관심'(36∼50㎍/㎥)과 '나쁨'(51∼75㎍/㎥)으로 구분해 5등급으로 세분화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지금보다 연간 30일 이상 추가 신체 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권 교수는 기대했다.
아울러 건강하고 쾌적한 실내 공기질 관리를 위한 환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공기청정기 필터 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공기청정기 제품 신뢰도를 제고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또 1만명 이상의 대규모 코호트(동일 집단)를 구축하고 10년 이상의 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장기 건강 영향 조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권 교수는 이와 함께 미세먼지 취약계층을 우선 보호할 수 있도록 취약계층 이용시설을 대상으로 실내공기질 유지기준을 확대하고, 고농도 미세먼지 노출 직업군에 대한 개별화된 보호 대책을 강화하라고도 조언했다.
/연합뉴스